전 세계 조선업이 향후 대호황기를 맞을 거란 주장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18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플랜트조선콘퍼런스 2019’에서 대우조선해양 배재류 수석부장은 “2020년 후반이 되면 또 다른 대호황이 온다. 조선업은 절대 사양산업이 아니며 향후 다가오는 대호황을 대비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배 부장은 새롭게 발생하는 노후선 대체 수요와 신조 발주 증가 등을 향후 대호황의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다가올 호황에 대응하기 위해 배 부장은 ‘2050년 영속을 위한 한국 조선해양산업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상선 건조 분야는 가격 경쟁력에 따라 주도권이 유럽에서 일본, 한국, 중국, 동남아시아로 넘어가고 있지만 인건비를 감축하기 위한 생산 자동화를 이뤄내면 우리나라의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조선시장의 해양플랜트 전용 핵심 기자재 국산화율은 20%대에 불과하며, 엔지니어링 인력도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설계의 80% 이상을 외국 엔지니어링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는 해양플랜트 초기 부가가치 창출뿐만 아니라 납기 관리, 설치 시 문제 대응, 성능 최적화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호황기 기준 엔지니어링 인력은 연간 1000~1500명으로 추정돼 인재 확보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배 부장은 해양플랜트 모듈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체계적으로 신산업을 육성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3개 업체는 플랫폼 건조를 맡고, 세진중공업 삼강엠엔티 등 5개 업체가 모듈, 삼건세기 데카텍 파나시아 선보공업 등 약 30개 업체가 주요 시스템을 제작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생태계를 구축해 매출 11조3000억원(수출 100억달러), 고용창출 3만1900명을 달성하자는 목표를 제시했다.
앞으로 해양플랜트가 극복해나가야할 과제도 상당하다. 배 부장에 따르면 2017년 해양플랜트 국책과제로 투입된 사업비는 약 4200억원에 달한다. 지난 10년간 약 2조원 규모의 정부 지원이 이뤄진 반면 성과는 미흡한 편이다.
따라서 기자재 국산화를 위한 실증사업, 실증사업을 통한 기자재 엔지니어링 확보, 엔지니어링·시운전 전문인력 육성이 필요하다는 게 배 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해양심해 수조 건립, 거제 장목 해양플랜트산업지원센터 등 엄청난 해양 설비를 구축했음에도 기술개발이나 테스트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그는 우리나라 조선업이 EPC(설계조달시공)에만 국한돼 있다며, 전후방으로 해양플랜트 영역을 확대하는 한편,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의 표준화를 추진해 시수(時數·작업 시간) 및 자재비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 대우조선해양 배재류 수석부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전망밝은 LNG선 건조시장, 한국조선 독식 기대
LNG선 훈풍은 2024년까지 조선시장에 불어와 국내 조선사들에게 온기를 불어넣을 전망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대형조선사들의 일감가뭄 해소에 크게 기여한 선종은 LNG선이었다. 조선 빅3는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LNG선을 싹쓸이했다.
전 세계에서 발주된 63척 중 현대중공업이 23척을,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각각 18척을 쓸어 담으며 수주고를 쌓아올렸다. 2015~2016년 중국 일본 한국 등이 1~5척의 LNG선을 골고루 수주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성과다.
향후 LNG선 발주전망이 밝은 건 국내 조선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LNG선 발주량이 늘어나는 원인은 노후선 해체 급증에 있다.
배 부장은 “아직도 모스타입 구형LNG선이 상당하다”며 “해체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대체 수요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클락슨은 2019~2024년 LNG선 발주 척수가 최대 467척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는 전년 대비 9척 증가한 58척, 내년엔 68척이 조선시장에 쏟아져 나오며, 2024년 한 해엔 100척에 달하는 발주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국 일본 등 경쟁 조선사들의 납기가 1년 이상 지연되고 있는 데다 LNG화물창 등 시공기술력에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어 기술경쟁력이 높은 국내 조선사들의 대규모 수주가 기대된다. 여기에 화물창과 LNG펌프 등의 기자재 국산화를 이뤄내고 설계시수·생산시수를 줄여 원가를 절감한다면 국내 조선업계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거란 게 배 부장의 견해다.
LNG선 선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조선사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15년 6월 2억달러에 달했던 160K급 LNG선 선가는 2018년 9월 1억7900만달러로 내려앉았지만 이후 상승세를 거듭하며 같은 해 12월 말 1억89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요지부동했던 선가가 모처럼 상승세를 띤 것이다.
수요 상승에 2017년 일평균 4만6058달러에 불과한 LNG선 운임도 지난해 10월 14만5000달러로 급등하며 LNG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배 부장은 “표준설계로 설계시수가 줄어들고 기자재를 국산화하면 한국조선은 향후 20년 이상 제품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향후 국내 조선시장의 LNG선 수주전망이 밝을 것으로 조명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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