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물류는 생명체처럼 탄생, 성장 그리고 소멸이 있고 삶 속에 등락이 있다. 우리의 생활 속에 밀접한 수산물, 요즘과 같은 더운 날 시원한 맥주 한잔과 같이 먹으면 좋은 참치 역시 이러한 탄생, 성장 그리고 변화를 물류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참치는 미국, 유럽, 그리고 일본에서 무게 기준으로 최고가의 식품이다. 그러나 믿기지 않게도 1970년 이전에는 일본을 제외한 지역에서 참치는 사진촬영을 위한 낚시꾼들의 호기어린 장난의 대상으로 사진 촬영이후 고양이 사료로 쓰이거나 쓰레기장으로 직송됐다. 일본 역시 1950년대 이전에는 너무 기름진 참치의 특성 때문에 참치는 선호하는 식재료가 아니었다.
참치의 부상은 초밥과 관계가 있다. 초밥의 기원은 동남아이며 먹기 위한 밥이 아니라 생선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쌀밥의 당분을 이용하는 데서 유래한다. 아직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에서는 이와 유사한 음식을 먹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가자미, 명태 식혜도 비슷한 원리다. 더운 지방에서 생선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밥을 통해 삭히는 개념으로 초밥이 시작됐다. 밥의 당분과 생선의 아미노산이 결합하면서 장기간 보관할 수 있고 맛이 좋아지는 효과를 조상들이 알고 있었다. 이러한 초밥은 근대 이후 일본의 서민들이 저렴하게 빨리 먹을 수 있는 간편식으로 진화했다. 이 무렵 일본의 경제 발전으로 일반인들의 입맛이 달라졌다. 과거는 단백한 생선류를 좋아하다가 점차 기름진 생선을 찾게 됐고 참치가 이들의 입맛에 맞아 떨어지면서 참치와 초밥의 만남이 이루어 진 셈이다. 대략 1960년대 이후 일본의 참치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으나 물류와 냉동기술의 한계로 제한적인 계층만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고급화의 길을 걷게 됐다.
결국 고급화된 참치는 시장, 유통 그리고 물류에 변화를 촉진하는 힘이 됐다. 1950년대 이후 컨테이너와 같은 운송혁명, -50℃까지 급속 냉동이 가능한 저온냉동 화학기술의 발전으로 참치의 글로벌 유통의 길이 열리게 됐다. 컨테이너의 등장으로 신속, 안전, 저비용 수송이 가능하게 됐고 저온기술은 수산물과 같은 온도민감 화물의 장기보관 및 운송이 가능하게 됐다. 이와 함께 어선들도 진화하여 급속냉동 시스템이 장착된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트롤리어선의 등장은 원양에서 장시간 어획이 가능해졌다.
1970년대 일본은 고가의 전자, 기계제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면서 경제성장을 주도했다. 그런데 해당 고가의 상품은 항공기를 타고 일본에서 미국으로 수출됐는데 돌아올 때 실어올 화물이 없어서 엄청난 물류비를 부담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화주기업은 물류기업인 항공사에게 운임 인하를 압박하게 되고 일본의 항공사들은 미국에서 자국으로 수입이 가능한 상품을 찾기 위해 미국과 캐나다 시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일본 항공사 직원이 몇 달을 돌아다니다가 캐나다 북동부 해안에서 참치낚시를 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만나게 됐고 이로 인해 참치물류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 북미인들은 참치낚시의 손맛과 잡고 난 이후 거대한 몸집을 과시하기 위한 레크레이션 정도로만 인지하고 있었다. 잡힌 참치는 사진 촬영이후 포크레인을 이용해 땅을 파고 묻는 것이 일반적인 처리 방식이다. 일부 어민들이 대구를 잡기위해 그물에 혼획된 참치를 바로 버리거나 고양이 사료공장에 넘기는 것이 유일한 이용하는 방식이었다.
일본 항공사 직원은 이 상황에 충격을 받았지만 바로 새로운 가능성을 인지하고 본사에 보고 이후 참치 수입을 위한 작업에 돌입하게 됐다. 그러나 애당초 참치 생산, 유통 그리고 수출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북미지역에서 우선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생산, 보관 및 유통망을 만들어내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게 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마지막에 당면한 사항은 참치를 항공기로 실어서 태평양을 건너는 것이었다. 당시 저온기술은 50℃까지 급속 냉동은 가능했으나 참치와 같이 큰 생선의 몸속까지 냉동시키는 부분에 한계가 있었으며, 참치 내장 등의 손질을 통해 포장운송의 최적화 기술 역시 미흡했다. 결국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대서양산 참치가 일본 도쿄의 수산물 시장인 쓰키지(築地) 시장에 판매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이러한 글로벌 참치 물류체계는 작동 중에 있다.
2000년대 이후 참치물류는 또 다른 변화에 직면하게 됐다. 고가의 참치가 대중화의 길을 걷기 위해 보다 저렴한 물류수단을 찾던 관계자들은 항공으로 이동하던 참치들을 해상으로 이전시키기 시작했다. 컨테이너의 보편화, 냉동·냉장컨테이너의 발전 그리고 선박의 대형화, 고속화로 저렴, 신속, 안전하게 참치공급의 해상물류망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또한 참치의 생산·유통지역과 소비지역이 확대된 것도 이를 촉진하게 됐다. 과거는 주로 일본이 생산·집적·유통을 주도했으나 우리나라가 그 기능을 병행하게 됐고 주요 소비지도 일본에서 유럽, 미국으로 확대되면서 참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고급식자재로 자리매김 해오고 있다.
울트라 프리저(Ultra Freezer) 혹은 수퍼 프리저(Super Freezer)라고 불리는 냉동·냉장컨테이너는 선박이 참치 혹은 온도민감 화물들을 전세계로 보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장시간 이동에서 수산물의 질을 그대로 유지해 줄 수 있는 비싼 항공대신 해운을 통한 수송이 가능해졌다. 냉동·냉장 컨테이너는 아래 표와 같이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반 리퍼, 매그넘 플러스 그리고 울트라 프리저로 구분될 수 있다. 횟감으로 사용되는 고급 참치는 대부분 울트라 프리즈를 통해서 글로벌 물류가 진행된다(<그림-1> 참조).
울트라 프리저(수퍼 프리저)를 이용한 물류서비스는 일반 냉동컨테이너의 한계인 영하 35~40℃를 넘어 영하 60℃의 초저온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서비스다. 이동·선적 및 양·적하 과정에서 초저온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숙련된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운임이 일반 냉동·냉장 컨테이너 대비 4~8배까지 높으며,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사는 세계 1위선사인 머스크와 3위인 CMA-CGM 뿐이었으나 최근 현대상선이 울트라 프리저 서비스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울트라 프리저 서비스를 이용하면 기존에 주로 항공을 통해서 운송되던 횟감용 고급 냉동참치, 성게 그리고 기타 고급 수산물 등 고가의 화물들을 해상으로 저렴하게 운송할 수 있게 되어 우수한 품질관리와 함께 비용절감이 가능하여 시장 확대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로 들어와 가공된 참치의 80퍼센트는 수출용이고 내수용은 20퍼센트 정도다. 참치는 주로 일본과 유럽 그리고 중국으로 수출되며 참치의 최대 소비지는 일본이다. 한국발 유럽향 참치 물동량은 연간 160~170TEU(20ft 기준), 일본향은 180~190TEU수준이다. 특히 일본의 시미즈와 요코하마로 가는 참치 물동량이 가장 많다. 수출되는 참치는 횟감과 통조림용으로 구분되며, 횟감용 참치는 울트라 프리저(-60℃) 컨테이너를 통해 수출되고 통조림용 참치는 일반 냉동 컨테이너(-40℃)를 이용한다. 중국에서는 날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수요가 그리 많지 않고 주로 호텔 접대용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으로 가는 참치 물류는 일 년에 열 대 정도에 그칠 정도로 수요가 적다. 반면, 유럽으로 가는 참치는 많으며 전체 물량의 50퍼센트 정도가 냉동 허브가 있는 르아브르로 가고, 나머지는 로테르담과 지중해 지역으로 간다. 유럽으로 가는 참치 물동량은 사업 초창기 대비 두 배 수준으로 증가하였다 유럽에서는 튀긴 음식과 같은 건강에 해로운 음식보다 건강한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횟감용 참치에 대한 수요가 함께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참치를 취급하는 업체는 동원, 사조, 신라교역 등이며, 이를 운송하는 기업은 한진해운이 파산하기 전까지 머스크, CMA-CGM, 한진 세 업체가 한국발 울트라 프리저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한진의 파산과 머스크가 한국발 비즈니스에 손을 뗀 뒤 CMA-CGM이 거의 장악하고 있다가 최근 후발주자로 현대상선이 울트라 프리저 시장에 진입했다. 원양어선이 남태평양과 인도양에서 참치를 잡은 뒤 감천항으로 가져와 가공하고 냉동 컨테이너를 이용해 일본과 유럽 등으로 수출하는 과정을 거친다. 참치의 등급에 따라 어떤 컨테이너로 수출을 할지가 결정된다 통조림용은 일반 냉동으로 수출되며, 횟감용은 울트라 프리저로 운송한다. 횟감용은 온도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품질이 완전히 저하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인건비 문제로 가공 작업을 하지 않는다. 머스크는 생산지-가공지-소비지를 따로 두고 있다. 인도양에서 잡은 참치를 세이셸의 빅토리아항에 거점을 두고 -40℃ 정도의 컨테이너로 옮기는 작업을 거친 뒤 감천에서의 가공 작업을 거쳐 수출한다.
울트라 프리저 컨테이너의 화물은 톤당 700-750달러 정도이며 한 컨테이너에 대략 20-25톤을 적재하기 때문에 컨테이너 한 대 당 약 14,000-15,000달러의 가치가 있다. 반면 일반 냉동 컨테이너는 한 대 당 약 1,400-1,500달러이다. 즉 울트라 프리저가 일반 냉동 컨테이너 대비 10배 수준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한 컨테이너에 적재된 화물의 가치만 3~4억원 대에 육박한다. 울트라 컨테이너는 선사입장에서 운송수입이 매우 좋다. 컨테이너의 제작비용이 대략 5만 달러 정도인데, 유럽으로 한 번 가는데 13,000-15,000달러(톤당 700달러)의 운임을 받는다. 일본으로 가는 구간의 운임은 3,500달러 정도이지만 컨테이너 반송시간이 짧아 수익률이 높다. 현재 선사들은 제한된 규모의 시장 진입으로 인한 과당경쟁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여 울트라 프리저 시장 진입을 주저하고 있다. 즉, 울트라 프리저 사업의 수익은 높은 반면 시장진입 리스크도 매우 높아 시장 진입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참치는 단순히 초밥이나 횟감 그리고 통조림으로만 소비되지 않는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참치의 부산물은 <그림-2>처럼 약품, 화장품, 건강식품 등 다양한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만약 참치가 물류를 만나지 못했다면 아직 참치는 고양이 사료나 쓰레기장 애물단지 신세를 못 벗어나고 있을 것이다. 물류를 통해 참치는 세계인들의 입맛을 돋우었고 이는 또 다른 물류시장의 성장을 주도했으며 다양한 참치의 활용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요즘 남획으로 인한 참치 멸종에 대한 우려가 많아지고 있다. 우리의 생활을 풍요롭게 한 참치의 멸종은 매우 슬픈 일이며 있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현재 국가간 협약을 통해 쿼터 내에서 참치를 잡도록 규정화하고 양식 등의 대안도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참치 물류체계를 구축해 유통과정에서 손실되거나 폐기되는 부분이 없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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