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불황에 직면한 국내 조선업계가 철강업계에 후판 가격 인상 시기를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16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장기간에 걸친 침체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는 조선업에 연속적으로 후판 가격이 인상된다면 조선업계의 회생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며 "철강사는 전체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실현하고 있으니 조선사들의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후판가격 인상을 유보해달라"고 말했다.
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의 주력 선종인 초대형유조선(VLCC) 신조선가 회복이 더딜 뿐만 아니라 LNG선과 대형컨테이너선의 경우 여전히 1년 전과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선가 상승이 원자재가격 인상분 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어 오히려 조선사들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조선사로서는 선박 제조원가의 15~20%를 차지하는 후판가격 인상이라는 악재가 가중돼 올해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철강사들은 큰 폭의 영업이익을 시현하고 있으며, 적자 품목이었던 후판 제품도 4반기 연속 가격 인상을 통해 채산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2018년 건조 선박은 적자를 감수하고 물량 확보를 위한 생계형 수주가 대부분으로 철강사의 후판 가격 인상은 조선사의 적자 심화를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국내 조선사의 후판 소요량은 약 420만t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t당 5만원에 이어 또다시 5만원을 인상한다면 금년에만 약 3000억원의 원가부담이 추가돼 조선사의 경영 위기극복을 통한 국가경제 기여는 더욱 요원해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협회는 "조선사들은 지난 2년간 어려운 경영 상황에서도 철강업계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 후판 가격 인상을 수용했으나, 현 시점에서의 후판 가격 인상은 최근의 경영여건상 감내할 수 없어 조선업 전체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협회는 "조선사 경영이 회복돼 정상화될 때까지 후판가격 인상을 유보해 상생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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