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보이는 빨간 장비는 ‘갠트리크레인’이라고 하며 무게는 1114t, 가격은 약 100억원입니다. 이 크레인은 한번에 50t 규모의 화물을 들어올릴 수 있습니다. 50t은 코끼리 10마리 혹은 중형차 10대 정도에 해당하는 무게입니다.”
평택항 관리부두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리자 비릿한 바다 냄새가 콧속을 파고들었다. 부두 한 편으로 평택항의 새로운 안내선 <카멜리아>호가 보였다. 평택항은 지난 2002년부터 ‘항만안내선’을 도입해 운항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 선박노후화로 잠시 중단했던 승선프로그램은 지난 4월 선박을 교체하며 새단장했다.
기자는 지난 22일 경기평택항만공사에서 해운물류전문지 기자단을 대상으로 주최한 안내선 승선 행사에 참석차 평택항을 찾았다. 안내선에 오르자 평택항 지도가 띄워진 커다란 스크린이 눈에 들어왔다. 평택항 안내 영상을 방영하는 시설이었다. 최대 100명이 탑승 가능한 안내선은 관리부두에서 출발해 동부두와 서부두를 둘러보고 출항지로 되돌아오는 코스로 운영된다고 한다.
운항하는 동안 안내직원이 동승해 부두 설명을 제공한다. 안내선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먼저 안전을 위해 유의해야 할 점과 평택항 기본 정보가 탑승할 때 본 스크린으로 방송됐다. 안내직원은 배가 여러 부두를 지날 때마다 그에 걸맞은 정보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전문용어가 아닌 쉬운 단어로 풀어낸 안내를 들으니 업계 관계자가 아닌 일반 관광객이라도 흥미롭게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경기평택항만공사 황태현 사장(앞줄 가운데)과 해운물류전문지 기자단 |
“저 멀리 하얀색 컨테이너가 보이죠? 저 컨테이너는 돌코리아라는 회사에서 과일을 들여올 때 쓰입니다. 컨테이너 색이 다 다른데, 각 회사별로 구분짓기 위해서죠.” 친절한 안내는 동·서 부두를 오가며 계속됐다.
안내를 듣고 있는 사이 여객실 창 밖으로 갈색 지붕의 평택항국제여객터미널과 서해대교 너머의 평택항 마린센터를 포함해 서부두의 양곡 잡곡 시멘트 부두가 시야에 들어왔다. 동부두의 신컨테이너터미널과 철재를 취급하는 포스코 부두, 잡화 및 컨테이너터미널을 거쳐 마지막으로 자동차부두를 돌아본 뒤 안내선은 회항했다. 그와 함께 안내도 끝을 맺었다.
여객실에서 밖으로 나와 아까 들은 설명을 되새기며 바다와 부두 전경을 훑어 봤다. 선박 위에서 작업 중인 사람들과 안내선 옆을 지나는 페리선을 보니 해운산업 현장에 와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안내직원은 지금까지 관심 기업 등 업계에서 안내선을 이용했지만, 올해부터 일반인 탑승도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내선은 일반 관광객이라면 30인 이상이 예약할 경우 무료로 운행하고 있어요. 보통 바다 위에서 부두를 둘러볼 기회가 없으니 다들 신기하다고 해요.”
안내선에 함께 탄 경기평택항만공사 황태현 사장은 평택항 발전계획을 소개했다. “현재 최대 교역국인 중국뿐 아니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와도 교역을 늘리고 협력할 수 있는 방향을 찾고 있습니다. 평택항이 글로벌 물류중심 기지로 나아가도록 로드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평택항은 최근 항만인프라 구축 및 배후단지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기도 내 중소 수출입기업들의 국제물류 활동을 지원하고, 항만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특히 황 사장은 2-1단계 배후단지개발사업을 강조하며 공공성과 수익성을 균형있게 추구하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유관기관과 협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는 ‘콜드체인(신선물류)시장’을 꼽았다. 글로벌 신선물류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5%에 달한다. 특히 중국의 신선화물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는 평택항의 새로운 기회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황 사장은 부두에 정박하는 안내선에서 퇴선 준비를 하며 “평택항은 채소, 과일, 커피, 곡물 처리 비중이 높고, 새로운 신선물류센터를 연이어 설립하고 있습니다”라며 “신선물류 공급망을 개선해 중국과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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