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회사의 위탁물량 비중을 제한해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3자물류시장 교란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금까지 화물을 받는 쪽, 즉 2자물류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을 제재했다면 앞으로는 화물을 주는 쪽, 즉 대형화주의 내부거래 비중을 제한해 공정거래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9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마리타임코리아포럼’에서 “현행 제도는 표면상으론 2자물류와 3자물류의 양방향 진입이 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2자물류는 3자물류로 들어갈 수 있지만 3자물류는 2자물류에 들어갈 수 없는 일방향 평면적인 구조”라며 “대기업 계열 물류사가 (2자물류를) 독식하는 문제를 건드리지 않으면 해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감몰아주기 규제지 일감몰아받기 규제가 아니다”며 “지원주체가 100%를 몰아줘도 지원객체가 100%가 아니면 괜찮다는 패러다임은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편안을 7월까지 마련해 전부개정안을 연내 국회에 제출할 예정으로, 이 교수는 공정거래법 개선 특별위원회 경쟁법제분과에 소속돼 있다.
이 교수는 이날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3자물류 시장 잠식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의도된 결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탁이 아닌 수탁물량을 규제하는 현재의 내부거래 규정이 그 근거다.
대기업 자회사들이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는 방법은 딱 2가지다. 계열사 물량을 덜 받거나, 계열사 물량을 다 받으면서 3자 물량을 그보다 더 늘리는 방법이다. 2자물류기업들은 후자의 방법을 선택했고 덤핑영업을 통해 무작위로 3자물류시장을 잠식하면서 국내물류시장 생태계가 심각히 훼손됐다.
이 교수는 “지원주체가 아닌 지원객체인 2자물류기업을 대상으로 제재가 이뤄지면서 재벌 계열사가 중소중견업체의 점유율을 뺏는 방식으로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이어 “공정위는 이런 문제를 충분히 예견했을 거고 나아가 후자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서 (2자물류기업이 후자를 선택하도록) 의도했을지 모른다”며 “경제 촉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공정위가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과 대형화 측면에서 2자물류기업의 3자물류시장 진입을 긍정적으로 보는 쪽에 서 있을 거란 판단이다.
2자물류기업의 3자물류 금지는 '산업발전 저해'
이 교수는 지난해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과 민주평화당 정인화 의원이 발의한 2자물류기업의 3자물류 금지법도 한계를 띠고 있다고 평가했다. 2자물류와 3자물류 사이에 칸막이를 치도록 한 이 법안은 경쟁이 일어날 수 없도록 해 산업발전을 저해한다는 견해다. 그는 “산업이 없으면 경쟁 정책의 존립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칸막이를 치는 해운법이 문제가 있다면 2자물류에서도 경쟁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몰아주는 데 방점을 찍고 규제를 한다면 대기업 화주 물량의 일정부분, 20%든 30%든 시장으로, 경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2자물류기업의) 약탈가격 덤핑가격에 대한 공정거래 강화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며 “ 해운법도 새로운 환경에 맞게 규제의 틀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전문물류기업들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글로벌플랫폼을 구축하고 블록체인을 접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할 때 3자물류가 활성화되고 관련산업 발전이 촉진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이 날 열린 포럼엔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이윤재 회장을 비롯해 해운업계 임직원과 해양관련 단체장 등 해양산업 관계자 80여명이 참석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설훈 위원장과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도 행사장을 찾아 해운업계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윤재 회장은 개회사에서 “국적선사의 글로벌 경쟁력 구축을 위해 국적선사 적취율 제고, 금융시스템 구조 개선뿐만 아니라 2자물류업계의 횡포 방지가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설훈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국적선사는 한진해운 사태로 인해 어려움에 빠져있지만, 해운산업 재건은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국적선사 경쟁력 강화 방안을 위한 혜안이 모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유섭 의원은 “금융 지원이 필요한 해운업계를 위해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회에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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