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봄이 찾아왔지만 한중항로는 여전히 겨울을 지나고 있다. 선사들은 춘절(설) 연휴 기간의 후유증이 이달 중순까지 이어졌다고 전했다. 춘절 연휴를 기점으로 2주 정도 하락세를 타다 다시 살아날 것으로 예상했던 운송수요는 3월 들어서도 회복을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다. 공장들이 일제히 가동을 중단한 데다 현지 트럭 운행도 장기간 휴업하면서 한 달 동안 수요가 실종됐다고 선사들은 전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한국발 수출화물이 타격을 입었다면 춘절 연휴는 수출입 양쪽에 모두 악재가 됐다. 선사들은 이달 하순 이후 월말 밀어내기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3월 중순까지는 2월의 저조한 시황이 계속 이어졌다”며 “하순부터 선적 문의가 들어오고 있어 안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화물은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자동차 관련 제품은 사드사태로, 고철(스크랩)이나 폐지류는 중국정부의 환경규제로 각각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현대자동차의 중국내 판매량은 3만8007대에 머물렀다. 1년 전에 비해 41.5%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가장 낮은 실적을 기록했던 3월의 4만5000대보다도 7000대 가량 적다. 지난달 중국 전체 승용차 판매량이 0.3% 감소에 그쳤다는 점에 미뤄 현대차의 후진이 두드러진다. 같은 달 기아차가 7.3%의 성장을 기록한 게 국내 자동차업계의 위안거리다.
선사 관계자는 “자동차 물동량의 경우 사드사태의 영향도 있지만 중국 현지에서 현대차의 경쟁력이 약화된 것도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며 “앞으로도 자동차 물량의 약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1월 물동량 실적은 2%대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수출화물은 성장세를 띤 반면 수입화물은 비교적 높은 폭으로 감소했다. 황해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1월 한중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2.4% 감소한 24만1998TEU였다. 수출은 3.4% 늘어난 9만1777TEU, 수입은 5.7% 늘어난 15만221TEU였다. 수출화물의 성장은 지난해 1월 실적이 춘절 연휴로 크게 감소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파악된다.
물동량 부진으로 운임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수출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으로 20달러를 밑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1월 20달러로 인상됐다가 사드사태 이후 시나브로 하락하는 추세다. 일각에선 마이너스운임이 다시 출현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수입운임도 한 달 사이 하향세로 전환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9일 현재 상하이발 부산행 컨테이너 운임은 150달러를 기록했다. 한 달 전 165달러까지 상승했다가 비수기 영향으로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취항선사들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운임회복에 전력투구할 계획이다. 황해정기선사협의회는 23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수출운임을 다시 20달러로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이 밖에 항로 개방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컨테이너선단체인 황해정기선사협의회와 카페리선단체인 한중카페리협회의 한중 양국 회장 4명은 지난 19~20일 부산에서 금교회의를 갖고 항로 개방을 위한 연구용역 방향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이 같이 연구용역을 진행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에선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용역을 맡기고 중국은 별도 용역을 통해 양국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연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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