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근해선사들이 시황회복을 위해 구조조정에 고삐를 조이고 있지만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오랜 공급과잉에 수요부진까지 겹치면서 약세 시황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선사들은 시황악화를 이겨내기 위해 운임인상(GRI)과 할증료 청구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160달러대를 유지하던 중국발 동남아(싱가포르)행 운임은 3월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상하이해운거래소(SSE)에 따르면 상하이발 싱가포르 노선 운임은 3월9일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40달러까지 떨어졌다. 올해 최고치를 찍었던 2월9일 166달러에서 매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발 운임은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베트남·태국 노선은 16일 현재 200달러대를 형성하고 있고, 인도네시아 노선은 300~400달러대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선사들은 낮은 운임을 회복하기 위해 19일 TEU당 100달러의 운임인상(GRI)에 나섰다. 한국발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행 화물이 대상이다. 또 세계적인 유가인상 여파로 운항비용이 증가하면서 유류할증료(EBS)도 지난달에 이어 수출화물에 30달러, 수입화물에 20달러씩 부과하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사들이 19일부터 100달러의 GRI에 나서면서 베트남 태국행 운임은 300달러대로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운임인상이 성공하면 대부분의 선사가 적자를 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물적재율(소석률)은 평균 70%대를 기록하고 있다. 동남아항로는 통상 물량이 몰리는 월말은 80%대, 월초엔 50~60%대의 소석률을 보인다. 업계는 3월 말부터 물동량이 다시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고려해운과 흥아해운은 오랜 시황부진에 채산성이 맞지 않자 지난 6일 베트남 하이퐁항로 서비스인 ‘ISH’를 폐지하고 선박 각 1척씩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ISH 서비스는 부산 인천 상하이를 거쳐 하이퐁을 향하는 노선으로, 인천항에선 약 4만TEU를 처리했다. KSP는 이번 구조조정 이후 신규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1단계 한국-태국항로 구조조정에서 철수한 선박 3척을 칭다오-상하이-방콕-호찌민 노선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국적 근해선사들의 구조조정 노력에도 실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해운과 흥아해운이 하이퐁항로에서 철수하자 대만계 선사인 완하이라인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완하이라인은 다음달 8일부터 신규 주간 단독 직기항 서비스인 ‘JKH’로 국내 화주 맞이에 나선다. 일본을 거쳐 한국(부산 울산 광양) 대만(지룽 가오슝) 베트남(하이퐁)을 향하는 서비스로, 지룽 3일, 가오슝 5일, 하이퐁 8일이 각각 소요된다.
일본 정기선 3사 통합법인인 ONE은 4월부터 필리핀 마닐라행 신규 직기항 서비스 ‘JPH’와 태국 방콕행 서비스 ‘JTV1’을 개시한다. JPH는 과거 MOL이 운항했던 필리핀행 서비스로 북마닐라까지 3일, 남마닐라까지 5일만에 기항하는 쾌속 서비스다.
방콕 서비스는 태국 PAT 사하타이 TPT BBT 터미널 등을 램차방에서 바지선으로 수송하는 서비스다. ONE 관계자는 “국적선사들이 PAT터미널만 서비스하는 것과 달리 바지수송으로 태국 전 지역에 화물을 지체없이 빠르게 수송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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