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운임 강세를 보이던 중남미항로가 일시적인 조정에 들어갔다. 중국 춘절(설) 이후 중남미지역으로 나갈 물량이 대거 빠지면서 3월부터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해운업계는 수요 급감에 따라 남미 동안과 서안행 운임이 크게 떨어졌다며 4월에도 운임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수요 약세로 중국발 운임도 하락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SSE)에 따르면 3월9일자 중국 상하이발 브라질 산투스행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391달러를 기록했다. 전월 2일 2584달러를 고점으로 찍은 이후 3월부터 230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SSE는 “수급이 균형을 이루면서 대부분의 선사가 현재 운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발 운임 급락은 월초부터 두드러지고 있다. 16일 현재 동안행 운임은 2000달러 초반대에 형성되고 있다. 전월 대비 약 500달러 하락한 값으로, 선사들은 다음 달 운임인상(GRI)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브라질 경기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고, 최근 수출입이 활성화되면서 컨테이너박스가 부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2000달러대의 운임만 유지해도 수익을 많이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안행 운임은 전월 대비 약 1000달러 줄어든 1000달러 초반대까지 급락했다. 일부 선사는 화주에게 1000달러 이하에 운임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시황 회복을 위해 다음달 운임 인상을 계획하고 있지만, 중국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고, 4월부터 컨소시엄 재편에 따른 선대 개편으로 공급이 크게 늘어나 운임 인상은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4월이 성수기임에도 수요는 늘지 않고 있고, 신규서비스 개설에 따라 선복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서안행 GRI 시도는 쉽지 않을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물적재율(소석률)은 중국발 화물이 대거 빠진 탓에 서안은 80%대로 하락한 반면, 동안은 90%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한국발 수요는 큰 문제가 없지만 중국의 수요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엔 블랭크세일링(임시결항)이 많지 않았는데 올해는 춘절 이후 배를 다 빼버렸다. 선복도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일부 선사는 춘절 이후 임시결항 여파에 선복을 구하지 못하면서 화물 선적을 다음 항차로 이월(롤오버)시키고 있다.
아시아-남미서안 컨소시엄이 4월부터 3개 체제로 재편되는 것도 이슈다. 머스크라인과 함부르크수드, 일본 정기선사 통합법인인 ONE과 MSC 하파크로이트 현대상선, CMA CGM 코스코 에버그린이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한다. 업계에 따르면 부산발 선복 할당량은 선사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각 선사의 영업전략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대만선사 완하이라인이 4월부터 남미서안 직기항서비스 WSA3 WSA4를 운영해 국내 화주 유치를 강화한다. 두 서비스는 코스코와 CMA CGM의 선복을 각각 임차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완하이라인 관계자는 “기존 남미서안 서비스는 가오슝을 환적하는 탓에 멕시코 만사니요까지 약 24일이 소요됐지만 이번 직기항서비스 도입으로 15일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됐다”며 국내 화주영업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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