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이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크게 침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통상당국인 USTR이 대형 가정용 세탁기와 국내기업이 제조한 태양광 셀·모듈 수입을 규제하겠다고 선언해 수출물동량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201조에 근거해 지난달 22일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셀·모듈의 수입을 긴급하게 제한하는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세이프가드(쿼터 내 물량에 대한 관세 부과)’ 발동에 최종 승인했다. USTR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으로 세탁기 수입이 급증하면서 미국산 세탁기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하락했고, 2016년엔 수백만달러의 순영업손실이 발생했다며 세이프가드의 당위성을 알렸다.
美 “세탁기에 관세 최대 50% 부과”
산업통상자원부와 USTR에 따르면 세탁기는 완제품과 부품이 각각 쿼터량 120만대 5만개를 초과하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관세할당(TRQ)이 적용된다. TRQ는 정부가 허용한 일정 물량에만 저율 관세를 부과하고 기준을 초과한 물량은 높은 관세를 매기는 제도다. 태양광 셀은 쿼터기준인 2.5기가와트(GW)를 초과하면 최대 30%, 모듈은 수입연차에 상관없이 관세가 각각 부과된다.
정부와 가전업계는 미국 측의 세이프가드 최종조치가 과도한 수준으로 결정된 점에 유감을 표명했으며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서 보장하는 권리를 적극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양일간 진행된 한미 FTA 제2차 개정협상에서 한미 통상당국은 서로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우리 측 협상대표로 나선 산자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태양광과 세탁기에 적용된 세이프가드의 부당함을 강하게 지적했다”고 밝혔다.
물류업계에서는 세탁기 수출이 고율의 관세 적용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을 거라고 크게 우려하는 모습이다. 무역빅데이터 제공회사인 임포트지니어스에 따르면 지난해 총량(t)기준 국내 가전업계가 수출한 대미 세탁기 물동량은 26만8620t(대당 100kg 기준 약 268만6000대)로 전년 25만2530t(약 252만5000대) 대비 6.4% 증가했다. 이 중 한국발 물동량은 3만9836t으로 전년 3만1859t 대비 25% 급증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세탁기 수출은 2012년 14만t을 시작으로 2015년 29만t까지 2배 이상 증가했다가 최근 25만~27만t을 유지하고 있다. 국외 생산물량은 태국·베트남발 물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메이드 인 차이나’ 대신 ‘메이드 인 사우스이스트아시아’로 급변하고 있다. 물류업계는 한국산 세탁기의 대 미국 수출량을 연간 약 260만대로 추정하고 있어, 세이프가드 발동에 따른 대미 물동량 충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임포트지니어스 조지원 아시아 사업총괄 이사는 “지난해 약 260만대의 세탁기가 수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미국 측이 120만대로 쿼터를 정해버린 만큼 향후 세탁기 수출물동량은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대미 수출의 차질이 불가피한 세탁기와 태양광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세탁기는 삼성·LG의 미국 공장 조기가동을 지원하고, 동남아시아 중동 동유럽 등 대체수출 시장 확보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태양광도 수출시장 다변화, 내수시장 확대 등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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