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박스 부족현상이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와 제작 단가가 높아지며 해운물류업계는 컨테이너 박스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스 구하기가 어렵다보니 신조·리스 가격 상승세는 여전하다. 단가 상승으로 컨테이너 제작·리스사들은 모처럼 호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해운물류사들은 발만 구르고 있다.
아시아 ‘컨’ 박스 부족 지속
컨테이너 박스 품귀현상에 신조·리스 가격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운물류업계에 따르면 최근 20피트 컨테이너(TEU) 박스의 신조 가격은 약 2200~2500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2100~2200달러에서 소폭 오른 수준이다.
중고 컨테이너 가격도 TEU당 1400~15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2015년 신조와 중고 가격이 각각 1600~1700달러 700~800달러까지 곤두박질쳤던 때와 비교하면 크게 오른 셈이다. 2015년 컨테이너 박스 가격은 공급과잉으로 10여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단가 상승세는 둔화됐지만 아시아에서는 여전히 컨테이너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제동을 건 중국 정부의 환경규제와 주요 항로에서의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는 박스 비용 상승으로 이어졌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3월 컨테이너 제작 시 수성페인트를 사용할 것을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유성페인트가 대기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정부가 내건 정책에 해운사들은 시행 이전에 컨테이너를 줄줄이 발주하며 박스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해운사들이 발주를 서두른 까닭은 수성페인트에 대한 품질을 섣불리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환경규제가 적용되고 수성페인트로 컨테이너가 제작되자 리스사들의 제작비용은 늘어났다. 제작 시간이 유성페인트에 비해 길어졌기 때문이다. 인력 투입시간도 덩달아 늘어났고 이는 곧 컨테이너 박스 상승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박스 단가 상승에 컨테이너 제조사들의 영업실적도 모처럼 개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 수요가 크게 늘며 글로벌 컨테이너 제조업체인 신가마스, CXIC, MCI 등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들의 사정이 2~3년 전에 비해 나아졌다”고 말했다.
중국 2위 컨테이너 제조업체인 신가마스의 지난해 영업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로이드리스트는 2017년 신가마스의 영업이익이 4000만달러(한화 약 4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2016년 -5940만달러에서 흑자전환할 거란 분석이다. 신조 박스 단가가 역대 최저 수준까지 곤두박질친 탓에 제조사들은 영업이익이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2016년 하반기 이후 중국을 중심으로 컨테이너 물량이 증가하며 덩달아 박스 수요도 크게 늘어났다. 최근 대만 선사 완하이라인은 신가마스로부터 과거에 발주한 1만여개의 컨테이너 박스를 인도받기도 했다.
현재 컨테이너 기기 생산은 세계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기업의 과점이 계속되고 있다. 최대 기업인 CIMC를 필두로 신가마스 및 CXIC가 대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6월 판매량은 CIMC 57만TEU, 신가마스 32만TEU였다. 저렴한 인건비와 대규모 생산체계를 무기로 중국은 전 세계 컨테이너 박스 최대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특히 중국이 컨테이너 세계 최대 수요지역이라는 점도 생산기업들의 외형 확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반기 들어 박스가격 주춤
올해 상반기까지 컨테이너 박스 단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컨테이너 수송 수요 증가에 따라 관련 시설 및 장비부족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중국 등 동북아 경제권의 박스 부족현상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초대형선 서비스가 증가하면서 항만의 공컨테이너 수요가 일시적으로 크게 증가한 것도 박스 부족현상을 초래하는 이유 중 하나다.
선사들은 충분한 박스를 확보하기 위해 지역 리스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고 자체 공급체계를 개선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운영비 절감 및 안정적인 서비스 체계 구축을 위해 박스 보유량을 크게 증가시키고 있다. 리스사들도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보유량을 확대하면서 동북아시아 미국 유럽 등 대형시장과 인도 남미 동유럽 등 신흥시장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박스 단가는 하반기 들어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해운사들의 합종연횡이 박스 제작 감소로 이어져 신조 수요가 줄어들 거란 분석이다. 게다가 올해 하반기 글로벌 해운사들의 중고 컨테이너 매각도 예정돼 있어 박스 단가 상승세가 주춤할 거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국내 리스사 관계자는 “신조 컨테이너 박스를 사들인 MSC와 하파크로이트 등 글로벌해운사들의 중고 컨테이너 박스 매각이 본격화되면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며 “일부 해운사들은 신조 가격이 떨어질 것을 기다리며 박스 발주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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