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중남미항로의 시작은 불안했다. 선사들이 지난해 크리스마스부터 막바지 밀어내기 물량을 겨냥해 중국발 선박을 대거 배선하면서 운임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SSE)에 따르면 1월12일자 상하이발 남미동안행(브라질 산투스)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517달러로 전주(5일자) 2923달러 대비 400달러 이상 하락했다. 2주 전(12월29일자) 3150달러와 비하면 약 600달러 이상 급락한 값이다. SSE는 “중남미향 물동량이 지지부진했지만 운임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 유지되자, 일부 선사가 선복을 늘리고 운임 인하에 나섰다”며 “(선사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운임은 하락했다”고 전했다.
국내 해운업계는 월초 유휴선복이 발생하며 운임이 급락했지만 지난 15일 기본운임인상(GRI)을 적용하며 다시 운임 끌어올리기에 나섰다고 전했다. 1월 중순께 중국에서 설 연휴(춘절)를 앞두고 물량이 쏟아지면서 중국발 운임이 크게 올랐다.
한국발 남미동안 운임도 19일 현재 2400~2600달러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공급도 잇따르고 있어 요율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진 미지수다. 중국발 밀어내기 물량에 선복이 부족해지면서 함부르크수드가 부산을 기항하지 않는 중국발 남미동안 노선에 선박 3척을 추가 투입했다. 서안향 운임은 수요 회복으로 2000달러 초반대까지 치솟았다. 월초 1000달러 초중반대를 형성하다 중순에 접어들면서 2배 가량 치솟았다.
선사들은 운임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다음 달 1일 남미서안 750달러, 남미동안 500달러씩의 추가 인상에 나선다. 한 선사 관계자는 “한국발 남미 동안 노선은 선박 추가 투입으로 2월에나 운임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설날이 2월 중순이다 보니 한국과 중국발 물량 밀어내기 영향으로 운임 인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미동안의 화물적재율(소석률)은 19일 현재 100%를 기록하고 있으며 일부 선사는 다음 달로 선적을 이월시키고 있다. 중국발 물동량이 큰 영향을 미쳤다. 남미서안은 일부 선사가 유휴선복을 보였지만 90~100%대의 높은 소석률을 거뒀다. 일부 선사는 춘절 연휴가 한창인 2월 중순께 임시결항(블랭크세일링)에 나설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 중남미항로는 컨소시엄의 이합집산이 예상된다. 당장 함부르크수드가 머스크라인에 흡수되면서 이 선사가 남미서안에 계약을 맺은 ‘ASPA’ 컨소시엄(MSC CMA-CGM APL 코스코 현대상선 하파크로이트)의 행방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함부르크수드는 이 컨소시엄에서 멕시코향과 카리브향 노선 계약을 각각 4월과 8월까지 맺은 상태다. 업계는 머스크라인이 서안에 30척의 선박을 단독 배선하고 있고, 함부르크수드도 흡수한 터라 두 선사가 하나의 컨소시엄을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ASPA’가 동서항로 얼라이언스인 오션의 회원 선사들로 재편될 거란 의견도 제기된다.
일본 정기선 3사 통합법인인 ONE은 기존 ‘ALX’에서 함께 선복을 공유한 만큼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3사는 3월 이후 선대와 항로 개편을 앞두고 있어 이 컨소시엄 역시 변화가 주목된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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