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택 국제해사기구(IMO) 당선자는 우리나라가 세계 해양업계에서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선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IMO와 연결시키는 명확하고 뚜렷한 ‘룰메이커’(규칙제정자)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당선자는 8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양정책포럼에서 “한국은 해운산업이 세계 5위고 조선이 세계 1위지만 IMO 활동은 지금까지 팔로워(추종자)의 색깔을 띠고 있었다. 조선이나 조선기자재업계를 보면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게 많지 않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IMO와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새로운 미래’란 주제의 이날 발표에서 사무총장 선거 당시 자신에 대한 경쟁자들의 공격 내용은 크게 4가지였다고 소개했다.
▲일본에 이어 같은 동북아시아 국가인 한국에서 또 하나? ▲<세월>호 사고가 난 나라에서 IMO 사무총장을 하는 게 맞나? ▲UN(국제연합) 사무총장도 하고 있고 넓게 보면 김용 세계은행 총재도 한국계인데 한국은 욕심이 많다. ▲해운 5위, 조선 1위인 한국에서 IMO 사무총장을 하면 상업적으로 기구를 활용하는 것 아닌가 등이었다.
임 당선자는 이러한 공격에 “한국이 갖고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연구 내용들을 IMO에 잘 보고해서 세계 해양업계가 고민하고 비용이 드는 일을 줄여주는 역할을 많이 하겠다는 논리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IMO와 우리나라가 윈윈해야 한다. 조선산업은 상업적 이익을 얻는 것과 더해 IMO에 기여를 많이 해야 하며 모범적인 IMO A이사국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럴 때 부수적인 상업적 이익도 수반되는 것이다.”
그는 룰메이커로서의 지위가 한국 해운‧조선산업 성장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IMO에서 하고 있는 여러 가지 기술사항을 고려할 때 한국과 일본이 같은 규모, 같은 성능의 배를 같은 가격으로 만든다고 하면 외국 선주들이 한국으로 올 건지 일본으로 갈 건지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의 가격경쟁력은 점점 떨어지고 중국은 바짝 추격하고 있지 않나?
우리 해운도 과거엔 IMO의 여러 규제들에 대해 거부 반응도 있었지만 지금은 안전항해를 촉진시키는 게 한국해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란 걸 인식하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뿐 아니라 (IOPC) 펀드나 해적, 해양환경 등 여러 정책적인 부분들에 대해서도 대응을 해 나가야 한다.”
IMO, 선박 탄생부터 사망까지 관여
임 당선자는 IMO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IMO는 15개 UN 전문기구 중 하나로 정회원국 171곳, 준회원국 3곳이 가입해 있으며 60개의 국제협약과 1900여종의 결의서를 채택하고 있다.
산하에 스웨덴 말뫼에 위치한 세계해사대학(WMU)과 몰타 소재 국제해사법대학(IMLI)을 비롯해 동아시아해역환경관리협력기구(PEMSEA), 지중해지역해양오염비상대책센터(REMPEC), 국제유류오염손해보상기금(IOPC펀드), 국제이동위성기구(IMSO) 등을 두고 있다.
임 당선자는 IMO는 선박이 탄생해서 사망할 때까지의 제반활동에 대한 국제규범을 만들고 그 이행을 감독하는 기관이라고 정의했다. 심지어 선박 해체도 IMO가 정한 국제협약에 따라서 절차를 밟아야 한다.
큰 틀에서 보면 사고예방업무, 사고수습업무, 환경보호업무로 나뉜다. 선박에 대한 구조 및 설비 기준, 선원에 대한 자격 및 훈련 기준, 교통에서의 항로표지, 교통관제(VTS), 항법, ISM코드(국제안전관리규약)를 통한 운항 통제와 육상조직과의 연결, 정부의 국제협약 이행 감시 등이 사고예방업무에 속한다.
사고수습업무로 인명구조와 오염방제, 피해보상을 위한 선주책임제한 및 보상기금 운용 등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앞으로는 IMO가 해양환경보호에 적극 앞장 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산화탄소(CO₂) 저감과 극지해역 운항선박 안전기준(Polar Code) 등은 새로운 화두다.
CO₂ 규제 정책의 경우 중국이 브라질 인도 등과 마찬가지로 강성으로 반대해오다 작년부터 태도를 바꾸고 있으며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한 달 전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32%를 줄이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청정전력계획)을 발표한 게 IMO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IMO는 CO₂ 문제에 대해 EU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이 반발하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조율해 나가느냐가 숙제라고 지적했다.
임 당선자는 “지금까지는 국제협약 준수가 권고사항(voluntary base)으로 IMO에서 평가했지만 내년부터는 강제시행 사항으로 개편돼 각 회원국을 대상으로 정부의 행정체제를 감시하게 된다”고 말했다.
▲8일 오전 열린 해양정책포럼에서 임기택 IMO 사무총장 당선자가 해양수산부 윤진숙 전 장관 최장현 전 차관 등 행사에 참석한 해양산업계 주요 인사들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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