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설립한 현대엘리베이터는 글로벌 기업이 대거 진출해 있는 국내 승강기 시장에서 유일한 토종 기업의 자존심을 지켜왔다. 특히 부단한 기술 개발 노력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분속 1080m 초고속 승강기, 한 개의 승강로에서 2층 버스처럼 상하 2개의 카가 동시에 승객을 운송하는 분속 600m 더블데크 엘리베이터 등을 선보이며 창립 30여년 만에 100년이 넘는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견줄 만큼 경쟁력을 키웠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국내 승강기 시장 점유율 44.5%(신규설치 기준)를 바탕으로 매출 1조2110억원, 영업이익 1288억원, 영업이익률 10.6%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빠른 분속 1080m 초고속 승강기를 비롯해 국내 최고 속도 엘리베이터(부산국제금융센터·분속 600m), 국내 최장 에스컬레이터(대구도시철도 3호선 신남역·57m), 국내 최초 더블데크 엘리베이터(서울 용산 LGU+ 신사옥) 등은 국내외 승강기 부문 신기록을 세웠다. 한편 지난 3월에는 국내 유상보수 부문에서도 1위에 올라 명실상부한 엘리베이터 분야 최강자임을 확인했다.
창립 당시 현대엘리베이터의 연간 생산량은 400대인데 반해 지난해 이천 본사를 비롯해 중국 상해법인, 브라질법인의 총 생산량이 2만546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30년 새 무려 51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기업은 사회, 국가의 것이다’라는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정신에 따라 기업의 성장을 일궈왔다. 1970년대 세계적으로 건설경기가 활황 국면을 띄면서 현대는 국내외에서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하지만 번번이 해외 업체로부터 승강기를 공급 받다보니 납기나 가격 면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은 물론 당시 국가적 과제였던 ‘외화 획득’면에서도 손실이 적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의 자체 제작 방안을 모색하던 현대는 1984년 5월23일 현대엘리베이터를 창립했다.
자체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해온 현대엘리베이터는 2004년 대류형 공기살균시스템을 적용한 웰빙형 엘리베이터 ‘이노스(e-NOS)’를 선보인 이후 고유가 시대에 대비해 전력량을 10%까지 절감할 수 있는 초절전 제어시스템과 고효율 권상기를 적용한 제품을 속속 시장에 출시했다. 2006년에는 건축 용적률을 최대화 할 수 있도록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MRL) ‘루젠(LUXEN)’을 출시했으며 2009년에는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해외에서 분속 480m급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수주하는 등 고급 승강기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 받아왔다.
현대엘레베이터는 IT 기술을 접목한 최첨단 유지보수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무선인터넷을 기반으로 24시간 365일 실시간으로 엘리베이터의 상태를 감시하고 고장의 60%를 원격으로 수리할 수 있는 HRTS(Hyundai Real Time Service)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휴대폰으로 엘리베이터를 호출할 수 있는 ‘모바일 콜 엘리베이터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향후 화상통화 시스템 등 IT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종합 이동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는 중
현대엘리베이터는 사업 영역을 승강기 부문에서 물류자동화설비, 승강장 스크린도어, 주차설비 등 비승강기 부문으로 확대해 명실상부한 ‘종합 이동 솔루션 기업’(Total Moving Solution Provider)으로 성장하는 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1989년 출사표를 던진 물류자동화설비 부문은 현대엘리베이터의 비승강기 부문 주력 사업 가운데 하나다. 현대중공업 중장비 조립라인, 현대자동차 조립라인, 서울아산병원 기송관 및 수직반송설비, 현대전자(現 SK하이닉스) 반도체생산라인, 인천국제공항 아시아나 화물터미널 공사 등 산업 분야는 물론 도서물류창고, 냉동자동창고, 제약 물류자동화창고 등 분야를 확대하며 경쟁력을 갖춰왔다. 해외에서는 중국 베이징 BOE OT 공장 내 자동반송설비, 현대자동차 미국 알라바마 공장 엔진 자동창고 등 대형공사 현장을 성공적으로 완성하며 수출 기반도 마련했다. 특히 2013년 7월 수주한 512억원 규모의 한국타이어 헝가리 법인 물류자동화 설비 프로젝트는 6월 중순 완공을 앞두고 있다.
2013년 매출액 894억원을 올리며 국내시장점유율 36%로 1위를 차지한 현대엘리베이터 물류자동화설비 사업은 물류자동화 컨설팅을 시작으로 엔지니어링, 공정물류시스템, 상품물류시스템 등 토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요 공급 설비로는 자동창고용 스태커 크레인(Stacker Crane), 무인반송대차(AGV, LGV), 컨베이어(Conveyor), 지상주행 방식의 궤도대차(RTV), 천장주행 방식의 대차(Sky Rav), 자동분류기(Sorting System), 오토 피킹 시스템(Auto Picking System) 등 다양하다. 탄탄한 솔루션을 바탕으로 현대엘리베이터는 자동창고시스템, 물류센터, 냉장·냉동 자동창고, 항공물류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물류자동화 전 분야에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물류자동화설비 사업과 함께 시작한 주차설비 사업도 다각화된 제품군으로 도심 주차난을 해결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공급하는 기계식 주차설비에는 ▲진동과 소음이 적고 전기료가 적게 드는 ‘엘리베이터식’▲여러 개의 팔레트를 상하 2단 이상으로 배치해 순환시키는 ‘다층순환식’▲한정된 지하 공간에 보다 많은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평면 왕복식’▲출고 시간 38초로 국내에서 가장 빠른 입·출고 속도를 자랑하는 ‘대규모 입체주차설비’▲2단식/다단식/미니로터리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2013년 현재 국내 기계식 입체주차설비 부문 점유율은 20%, 매출액은 312억원 규모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향후 승강기 부문 국내외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동시에 물류자동화설비와 승강장스크린도어, 주차설비 등 비승강기 부문을 차기 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승강기 대 비승강기 비율을 6대4 수준으로 유지해 지속가능한 사업구조를 갖춰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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