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이 팬오션 인수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팬오션은 23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JKL컨소시엄과 인수합병(M&A) 양해각서(MOU)를 전날 체결했다고 밝혔다.
하림그룹 컨소시엄은 지난 16일 팬오션 매각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뒤 이튿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5일 후 MOU를 맺었다.
양측은 MOU에서 피인수자와 인수희망자의 권리와 의무, 인수대금의 평가 및 결정 등 투자계약 조건의 협상을 위한 기준을 정했다.
또 팬오션은 하림그룹에 투자 계약 체결에 대한 배타적 우선협상권을 부여했다. 우선협상 유효기간은 MOU 체결 후 3개월이다. 하림은 인수대금의 5%인 530억원을 이행보증금 명목으로 납부했다.
하림그룹은 내년 1월5일부터 15일(영업일) 동안 팬오션에 대한 정밀실사를 벌인 뒤 큰 문제가 없을 경우 같은 달 말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본계약 체결 시 인수대금의 5%를 계약금으로 예치하게 된다.
본계약이 체결되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파산부는 2월 말 또는 3월 초 사이에 관계인집회를 열어 회생계획안 변경을 결의할 예정이다. 하림그룹은 관계인집회 전까지 이행보증금과 계약금을 뺀 인수대금의 나머지 90%를 완납해야 한다.
하림그룹의 팬오션 인수는 자금 조달 능력이 판가름 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팬오션에 1조610억원의 인수금액을 제시했다. 법원에서 인수가격이 사상 최대 규모라고 밝힐 만큼 대형거래다. 본계약 체결 시 가격이 다소 조정될 수는 있지만 그 범위는 5% 이내여서 금액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금지불은 하림그룹 컨소시엄이 8500억원(3억4천만주, 58%)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동시에 팬오션이 발행하는 3년 만기 회사채 2110억원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회사채 매입은 팬오션이 법정관리를 졸업하면 곧바로 상환 받을 수 있어 큰 부담이 없다. 문제는 유상증자 금액 조달이다.
유상증자가 실시되면 인수 주체인 제일홀딩스가 신주발행액의 80%인 6800억원을 투자하고 재무투자자(FI)로 참여한 JKL파트너스가 20%인 1700억원을 부담하게 된다.
하림그룹측은 제일홀딩스가 유상증자 금액 중 2400억원을 자체 조달하고 나머지 4400억원은 하나대투증권을 통해 인수금융으로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게다가 상장 계열사인 하림홀딩스 하림 팜스코 선진 등 4곳에서 보유한 현금만 9000억원에 달해 자체 자금으로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림그룹은 “당초의 인수구조와 차이가 발생했지만 그룹 내 재무적 여력에는 문제가 없어 외부의 일부 우려와 달리 내부적으로는 인수를 전제로 여러 가지 준비를 착실히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우발채무도 거래의 변수다 . 지난해 초 사모투자펀드(PEF)인 한앤컴퍼니는 대한해운 인수에 나섰다가 수백억원 규모의 해외 우발채무가 발견되자 인수 의향을 접은 바 있다.
현재 팬오션의 회생채무 규모는 1조16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와는 별도로 9월 말 현재 채권자들로부터 신고된 회생채권 중 팬오션이 부인한 1조5571억원에 대해 채권조사확정재판 192건이 진행 중이다.
팬오션은 재판 결과에 따라 회생채무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3428억원을 충당채무로 잡아놓고 있다. 충당채무를 포함할 경우 회생채무는 1조3600억원으로 늘어난다.
거래 관계자는 “조사확정재판 결과에 따라 회생채무가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거래가 틀어질 만큼의 우발채무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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