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영구교환사채(영구EB) 발행을 확정지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한국수출입은행이 주축 투자자(Anchor Investor)로 나서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해 다수의 공제회, 증권사, 저축은행이 참여하는 형태로 영구EB 1960억원을 발행한다.
수출입은행이 가장 많은 500억원을 투자하고 산업은행은 300억원을 참여한다. 당초 목표였던 2000억원을 채우진 못했지만 영구EB 발행을 확정지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영구EB는 주식과 채권의 중간성격을 띄는 신종자본증권으로, 명시적 상환의무가 없다는 측면에서 국제회계기준상 자본으로 인정받고 있다. 투자자 선택에 따라 주식으로 교환가능하다.
한진해운이 발행하는 영구EB는 만기 30년이며 30년 후에 만기를 추가 연장할 수 있다. 한진해운이 특수목적법인(SPC) '필레제1차'에 자산담보부채권 형태로 영구EB를 발행하며, 대한항공이 상환능력 부족에 대비해 차액을 정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대한항공 참여로 영구EB의 신용등급은 대한항공과 같은 A-를 받았다.
한진해운은 영구EB 발행으로 부채비율을 800%대로 대폭 낮추고, 자금조달 위기에서도 벗어날 전망이다.
수은의 참여가 한진해운의 영구EB 발행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대한항공의 신용보강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수요가 당초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수은이 투자한 500억원은 별도의 트란쉐(Tranche)로 구성돼 한진해운의 ‘아시아 항만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한진해운은 자회사(HPC)를 통해 지난 2006년부터 일본 도쿄·오사카, 대만 가오슝에서 항만을 운영하고 있다.
항만시설 경쟁 심화와 해운시장 침체로 아시아 항만사업이 다소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진해운, 덴마크 머스크, 스위스 MSC 등 주요고객이 다변화돼 있는 만큼 사업안정성을 확보한 상태다.
이와 별도로 수은은 아시아 항만사업 리파이낸싱에 1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제공한다.
수은 관계자는 “올해 해양금융종합센터를 출범시키며 금융수요자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안을 고민해 왔다”면서 “투자와 대출을 접목하고 업무영역을 확대해 해운업, 조선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수은은 올해 1조원 규모 에코쉽펀드 조성을 완료하고 연내 파일럿 프로젝트 투자를 예정하고 있는 등 수은법 개정 이후 투자금융 확대를 통해 국적선사 지원에 전방위로 나서고 있다.
에코쉽펀드는 국내 해운・조선산업 지원 및 선박펀드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올해 하반기 수은 주도로 결성된 1조원 규모의 선박펀드로 연내로 업무를 개시한다.
수은 관계자는 “국내 해운업계 지원을 위한 프레임워크는 어느 정도 마련된 셈”이라며 “앞으로 해운업계의 목소리에 더욱 귀기울여 적시적소에 금융이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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