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항해운업계가 선장과 선원의 처벌 규정 강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세월>호 관련 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 한국선주협회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 등 외항해운업계 노사대표단은 5일 선장 및 선원에 대한 벌칙규정 강화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제출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선박운항의 안전 확보를 위해 70여개의 관련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이 가운데 선원법 개정안은 선박 위험 또는 충돌 시 선장이 인명구조 조치를 다하지 않았을 때 10년 이상의 징역,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도록 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농림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형의 수정안이 채택됐으며 이달 2일 열린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이를 의결했다.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현행법에 비해 처벌 규정이 크게 강화됐다. 선원법 개정안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외항해운업계 노사대표단은 제출한 탄원서에서 유사 관련 법률과의 형평성 문제, 처벌 강화에 따른 선원 기피현상 심화, 국회 내 대안 법률 논의 등의 이유를 들어 선원에 대한 처벌 강화에 반대했다.
또 국위 선양을 위해 애쓰고 있는 선원들의 사기 진작과 우수 선원인력 확보를 위해 선원법상 선장 및 선원의 법정형이 현행과 같이 유지될 수 있도록 힘써줄 것을 건의했다.
현재 유사 법률인 항공법은 기장이 여객을 구하지 않고 항공기를 이탈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과 독일의 선원법도 선장의 과실에 대해 5년 이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다.
과도한 형량의 개정안은 법의 형평성 관점에서도 문제가 있으며 해상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 아니기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해상법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앞서 해운관련 전문 법률연구단체인 해법학회와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는 지난 9월29일 공동 개최한 ‘세월호 관련 법안에 대한 특별세미나’에서 선장을 비롯한 선원의 규제와 처벌에만 집중돼 있는 선원법 개정안이 위헌요소가 많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의견을 국회 농해수위 전문위원회실에 전달한 바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사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중인명피해 범죄의 경합법 가중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도 선원법 개정안 반대의 한 이유다.
법무부에서 발의한 특례법은 고의나 과실로 2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경우 각 죄에 적용되는 형량을 모두 합산해 가중 처벌할 수 있고 유기징역형은 100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세월>호 참사와 같은 2명 이상의 인명 피해를 야기한 범죄에 대해 굳이 선원법 상의 벌칙조항을 강화하지 않더라도 그 범죄자에게 가중 처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다중 인명 피해와 관련된 입법안이 법사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안 여객선인 <세월>호 사고와 관련이 없는 일반 외항화물선에도 적용될 수 있는 선원법 벌칙 조항이 관련 학계∙법조계∙산업계의 충분한 여론수렴 없이 개정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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