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해운시황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11월25일 서울 중구 명동 전국은행연합회에서 개최한 ‘세계해운전망 국제세미나’에서 정기선과 벌크선 부문 모두 공급이 시황 회복에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됐다.
원양항로, 수요 > 공급
정기선 시장은 선박대형화와 이에 따른 캐스케이딩(선박 전환배치)이 시황의 큰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전형진 KMI 해운시장분석센터장은 북미항로와 유럽항로의 수요증가율이 공급증가율을 근소하게 앞설 것으로 전망했다.
북미항로의 경우 운송수요는 내년 5.5% 2016년 4.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북미항로의 경우 물동량은 올해 수출(동향) 1450만TEU 수입(서향) 780만TEU에서 내년 1540만TEU 820만TEU, 2016년 1620만TEU 860만TEU로 늘어난다는 예상이다. 이와 비교해 선복량은 내년 5.5% 내후년 4.3%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수출 1950만TEU 수입 1760만TEU를 기록한 북미항로 선복량은 내년 2060만TEU 1860만TEU, 2016년에 2150만TEU 1930만TEU로 증가곡선을 그린다는 견해다.
전 센터장은 수요증가율이 공급증가율을 미세한 수준에서 초과해 소석률 개선효과는 있겠지만 상승 효과는 1% 미만으로 운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관측한 내년 미국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높아 물동량도 동반 성장세가 예상된다. 반면 얼라이언스의 대형선박 투입이 늘면서 공급 증가 효과가 발생해 운임상승은 제한될 것으로 전망됐다.
북미항로 소석률(선복대비 화물적취율)은 올해 수출 74.3% 수입 44.6%에서 내년 74.7% 44.2%, 2016년 75.4% 44.5%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운임은 북미서안은 2015년 1.3% 2016년 2.3%, 북미동안은 2015년 1.8% 2016년 3.1% 인상된다는 전망이다.
유럽항로는 2015년 6.1%, 2016년 6.0%의 운송수요 증가를 전망했다. 선복량은 2015년 6.5% 2016년 5.5% 증가를 점쳤다. 내년 수요증가율이 공급증가율을 밑돌다 2016년에 다시 역전할 것이란 예상이다. 수요는 올해 수출항로(서향) 1550만TEU 수입항로(동향) 700만TEU에서 내년 1660만TEU 730만TEU, 2016년 1770만TEU 770만TEU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공급은 올해 2060만TEU 1840만TEU에서 내년 2190만TEU 1960만TEU, 2016년 2320만TEU 2060만TEU로 늘어난다는 견해다. 수입항로는 소석률이 악화되는 반면 수출항로는 소석률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봤다. 올해 수출 75.3% 수입 38%를 보이고 있는 소석률은 내년 75.8% 37.4% 내후년 76.2% 37.4%를 기록한다는 관측이다.
전 센터장은 유럽항로의 소석률 개선효과는 극히 미미하며 IMF OECD에 따르면 내년 유럽경제 성장률이 1.3%에 불과해 물동량 증가율도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반면 1만2000TEU 이상의 극초대형컨테이너선(ULCS) 집중투입으로 운임경쟁은 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운임은 2015년 1% 2016년 1.5% 인상을 제시했다.
전 센터장은 원양항로의 주요 이슈로 4대얼라이언스 체제 구축, 초대형화 경쟁 심화, 국제유가하락, 캐스케이딩 확산 등을 들었다. 그는 유럽항로에서 1만3000TEU급 ULCS의 선복량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1만TEU급 이상의 신조선 발주량은 전체의 5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1만3000TEU급 이상은 44%에 이른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속해 있는 CKYHE와 G6는 1만6000TEU급 이상 선박이 한 척도 없어 유럽항로에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근해항로 물동량 늘지만 무한경쟁으로 시황 부진
근해항로 시황 전망을 맡은 고려해운 전략팀의 노기룡 부장은 아시아역내 주요국가들의 경제발전으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증가하고 거시경제지표도 긍정적이지만 가변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아시아역내항로는 얼라이언스체제로 운영되지 않기에 시장진입장벽이 낮아 선복공급과잉 해소와 운임인상에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신규 진입이 쉬운 데다 원양선사의 서비스 강화와 기존 서비스 선사의 항차 증편도 빈번한 상황이다. 노 부장은 선사들은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보다 수익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가경쟁력 확보와 선사간 협력 강화가 시황 회복의 열쇠란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내년 근해 정기선항로 시황은 한일항로를 제외하고 불투명하다고 예상했다. 한일항로는 물동량은 정체되지만 소형선 폐선이 증가하고 선사간 공동운항이 늘어나는 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중항로는 한중 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물동량 증가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외국적 선사 시장 참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마이너스 요인이다.
한국-하이퐁은 물동량은 증가하겠지만 국적선사간 경쟁 또한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이퐁 신규 터미널이 완공될 경우 대형선박 투입 및 신규선사 진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호치민·방콕항로는 방콕 터미널의 혼잡이 가중되고 있으며 물동량 또한 정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적선사간 경쟁이 치열해 운임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신규선사 진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항만 수심 문제로 선박 규모를 키울 수 없다는 점은 항로 안정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자카르타항로는 물동량은 소폭 증가에 그치는 반면 선복 공급과잉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터미널 상황이 개선되면 선박 대형화 가능성도 있다. 한국-포트클랑 항로는 캐스케이딩의 영향으로 4300TEU급 선박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인도 나바셰바항로의 경우 수심이 개선될 경우 6500~9000TEU급 선박 출현이 점쳐진다. 중동항로는 공급과잉과 저운임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됐다.
노 부장은 향후 선사들이 저원가 선대 구축과 물류비 절감 등의 원가경쟁력 확보가 긴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친환경선박 확보를 위한 금융지원과 부산 신항 피더선 전용부두 개장을 정책당국에 주문했다.
케이프, 물동량 둔화 신조선 급증
벌크선 중 케이프시장은 철광석 수요 증가 둔화와 신조선 인도량 증가에 따른 공급 확대로 내년 시황은 올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비용 광산 폐쇄 여부와 철광석 트레이더의 인위적인 시장 조정이 케이프 시황의 큰 변수로 지적됐다.
팬오션 윤석홍 부장은 수요 측면에서 내년도 철광석 물동량은 중국 철강 소비 둔화로 올해보다 6.7% 증가한 14억2600만t, 조강생산량은 3.7% 증가한 8억4000만t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철광석 수입량은 7.8% 증가한 9억9410만t으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호주 철광석 수출 물량은 호주 광산 추가 생산 증대와 중국 고비용 철광석 광산 폐쇄로 7.3%의 비교적 높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운항거리가 길어 케이프 시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아시아행 브라질 철광석 수출은 신규 생산시설 개시 및 광산 효율성 증대로 8.4%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내년 원료탄 물동량은 지난 6년간 연평균 증가율인 5.3%에 크게 못미치는 1.8%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윤 부장은 내년 케이프 선대는 5.8% 늘어난 3억2720만t(재화중량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조선 인도량은 지난해의 높은 신조발주로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케이프사이즈 신조 발주량은 573% 늘어난 4580만t에 이른다. 폐선량은 시황 부진 예상과 함께 올해 440만t에서 내년 690만t으로 소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윤 부장은 선대증가율이 물동량 증가율을 앞질러 케이프 선박 가동률은 올해의 83.8%에서 내년 82.6%로 하락하고 평균 용선료는 올해의 1만4000~1만5000달러에서 내년 1만2000~1만7000달러 수준으로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폴라리스쉬핑 박이수 부장은 내년 파나막스·수프라막스 선복량은 5.7% 늘어난 7억9350만t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 측면에서 중국-호주 FTA 체결에 따른 원료탄 관세 3% 즉시 철폐, 유연탄 관세 6% 2년간 단계적 철폐 등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박 팀장은 중국의 석탄 수요 회복이 시황 개선의 관건이라고 지적하고 파나막스의 동고서저 수프라막스 태평양항로의 북고남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울트라막스 대량인도는 시황에 부정적이다. 울트라막스는 올해 4분기부터 2016년까지 536척이 인도될 전망이다.
제품선시장, 운임 두자릿수대 인상
초대형유조선(VLCC) 시황 전망을 발표한 SK해운 정경일 부장은 RS플라토는 ‘낙관적’ ICAP는 ‘긍정적’으로, 드류리는 ‘완만한 시황회복’을 점쳤다고 주요 기관별 시황 전망을 소개했다. 내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정제시설 폐쇄로 VLCC 수요 감소 요인이 우세하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도의 수요 증가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공급은 내년 1.6% 내후년 4.5%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KMI 윤재웅 연구원은 석유제품선 시장은 2016년까지 평균 운임수익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MR(4만t급 안팎) 일일평균운임은 내년 6% 상승한 1만2500달러 내후년 10% 증가한 1만3750달러가 예상됐다. LR1(7만t급 안팎)은 내년 10% 상승한 1만5000달러 내후년 5% 증가한 1만5750달러, LR2(10만t급 안팎)는 내년 20% 상승한 1만7000달러, 2016년 10% 증가한 1만8700달러의 상승곡선을 그린다는 전망이다. 윤 연구원은 물동량은 내년 4.2% 내후년 4.8% 증가하면서 선복과잉률은 지난해 11~14%에서 10~12%대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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