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항로의 시황 약보합세가 이어지고 있다. 매달 물동량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운임은 여전히 바닥에서 헤매고 있다. 3월과 4월초 계획했던 기본운임인상(GRI)도 무산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월 말부터 물동량이 늘어나며서 3월에 운임이 인상된 것과 비교하면 올해 초 시황은 지난해보다 나쁘다고 볼 수 있다.
중동항로의 시황 부진은 두가지 요인을 배경으로 한다. 첫 번째로 중동시장에서 가장 큰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이란의 경제 제재다. 서방국가들의 이란 제재가 이어지면서 많은 선사들이 중동 최대 시장에서 여전히 해운서비스를 못하고 있다.
두바이항 환적을 통해 부세르항으로 기항하는 몇 개 선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선사들이 이란을 뺀 나머지 중동 지역에 집중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으며 운임도 동반하락했다는 분석이다. 두번째는 중동지역의 주요 수출품목의 부진이다.
석유화학제품(레진)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기록하는데다 비교적 꾸준히 수출됐던 자동차 물동량이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는 점은 선사들의 걱정거리다.
중동항로 선사협의체(IRA)는 4월15일부로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00달러의 GRI를 실시할 예정이다. 선사들은 이번 GRI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성공을 거둔다면 운임수준은 TEU당 1000달러 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동항로를 서비스하고 있는 한 선사측은 “지금 같은 시황에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물동량이 정점을 찍는 라마단 기간 이전 성수기 특수를 누리기 힘들 것”이라면서 “최소한 상반기 안에 운항 적자폭을 최소화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선복량은 증가세가 점쳐진다. 올해 UASC는 1만4천~1만8천TEU급 선박 17척을 인도받아 대부분 유럽항로에 투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길목인 중동항로의 선복량도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등에 따르면 아시아와 동유럽·CIS 국가를 연결하는 곳에 위치해 있는 이란의 물류산업이 서방 국가들의 제재가 전면적으로 완화되면 풍부한 천연자원과 제조업 기반시설 등의 장점을 토대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관계가 다시 악화되면서 제재가 단기간에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대형선박 입항이 어려웠던 반다르아바스항이나 부세르항의 기반 확충이 지지부진함에 따라 이란의 물류산업이 확대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등 지역에서 대형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되거나 예정돼 있어 프로젝트 관련 물동량이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중동항로의 부진을 타개할 수 있는 호재다.
이라크는 항만 재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이라크항만청은 이라크의 움카사르항, 코르알 주바이르항, 아부 플루스항, 알 마칸항 등 주요 4개 항만의 하역 장비 현대화, 육로 수송과의 연결 등 항만 재개발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 한상권 기자 skhan@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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