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이후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루던 인도가 난국을 맞았다. 과도한 재정적자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경제 위기를 맞은 것이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 4일 인도 정부에 대한 신용등급을 외화기준에선 BB+/네거티브(부정적)으로, 자국통화기준으로는 BBB-/네거티브로 부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과도한 정부 규제와 정책의 불확실성, 열악한 인프라 수준 등이 투자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높은 수준의 재정 적자와 인플레이션의 지속, 2011년 이후 은행부문의 자산건전성이 급격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인도는 90년대 초반 경제 개혁과 투자 환경 개선을 통해 2000년대 중반 이후 높은 경제 성장을 이뤘다. 특히 12억이 넘는 인구에 기반을 둔 소비시장의 성장 잠재력과 IT 및 BPO산업의 매력이 부각되면서 외국 기업들의 주요 투자 대상국이 됐으며 이에 따른 투자 증가에 힘입어 회계연도 2003년 이후 5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8.8%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의 이면에는 불안정한 거시경제 흐름이 지속되고 있었다. 또 90년대 초반 개혁 이후 추가적인 개혁 작업들이 지연되면서 투자 환경 또한 열악한 것으로 평가 됐다. 여기에 선진국 경기 침체로 인한 대외환경 악화까지 맞물리며 회계연도 2012년의 성장률은 3.2%(시장가격 기준)의 저조한 수준을 기록했고 2013년 5월 이후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미국 달러화 대비 환율이 68.3루피까지 치솟는 등 경제 구조의 취약성이 드러나기도 했다.
NICE신용평가는 인도의 취약성으로 열악한 투자환경, 과도한 수준의 재정적자, 높은 인플레이션을 지목했다. 통화 정책과 관련해서는 중앙은행이 경제성장, 국채 수익률 안정, 환율 안정, 인플레이션 안정 등 다양한 정책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적극적 인플레이션 통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선 CPI에 기반을 둔 인플레이션 타겟팅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신임 중앙은행장이 기준 금리 인상을 통해 통화 정책의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2014년 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필수적인 재정건전화 조치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물가 불안이 쉽게 진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회계연도 2008년 이후 GDP대비 평균 8%에 육박하는 높은 적자폭을 지속하고 있지만 재정지출 구조가 경직적이고 선거를 앞두고 저소득층을 위한 육류, 식품 등 관련 보조금 지출을 축소하기 어려워 높은 적자 폭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NICE신용평가는 인도 경제 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정치 문화에 있으며 취약한 정치구조와 경제 정책에 대한 불신이 투자 위축과 인플레이션 헷징(hedging)을 위한 단순 보유 목적의 금 수입 증가의 근본적 원인이라 진단했다.
향후 전망으로는 외환보유고 수준이 단기적 충격에 대응 가능한 수준이고 GDP 대외채무 규모가 20% 초반으로 크지 않으며 대외채무의 30%가 변동성이 낮은 해외거주 인도인(NRI)의 예금으로 구성돼 있어 인도가 외환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언급했다.
다만 경기 둔화로 인해 은행부문의 자산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성장동력을 회복시킬만한 획기적 정책이 나오기 어려워 다른 신흥국들에 비해 경기위축 규모가 클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NICE신용평가 관계자는 “현재의 정치 불신을 극복하고 본격적 개혁 작업이 추진될 수 있는지가 향후 인도 경제 회복의 중요한 관건이다”라고 밝혔다. < 이명지 기자 mj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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