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항로에선 연간운송계약(SC) 체결이 매듭지어지는 모양새다. 다만 운임 회복을 기대했던 선사들의 표정은 썩 밝지 않은 모습이다.
북미항로 선사들은 SC 체결 과정에서 화주측과 수출항로 운임을 20피트 컨테이너(TEU) 당 200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400달러를 올리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당초 계획에 견줘 4분의 1토막 난 인상 폭이다.
선사들은 지난 4월 수출항로에서 TEU 당 800달러, FEU 당 1000달러 올리는 기본운임인상(GRI)을 도입했다. 하지만 시장 침체로 GRI는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선사들은 5월 들어선 인상 폭을 반으로 줄인 400달러, 600달러의 인상안을 재차 꺼내들었지만 이 역시 불안한 시장상황에 가로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선사들은 다시 절반 수준으로 감액한 인상안을 제시해 화주들과 합의를 도출했다. 모 대형선사의 경우 TEU당 300달러의 인상안을 대내외적으로 공표했다가 마지막 계약 단계에선 인상안을 대폭 낮춰 경쟁선사들의 눈총을 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항선사 한 관계자는 “5월 이후에도 물동량이 올라오질 않고 있다”며 “선사들이 운임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해도 불안한 시장상황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항로는 물동량은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는 반면 선복량은 늘어난 게 이번 운임회복 부진의 가장 큰 이유다. 미국 해운조사기관인 제폴사가 발표한 아시아 10개국·지역발 미국향(북미 동향항로)의 4월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108만8000TEU로 파악됐다. 월간 물동량이 한 달 만에 다시 100만TEU를 회복했지만 1년 전과 비교해선 2% 감소했다. 특히 한국발 물동량은 6% 하락한 것으로 집계돼 선사들의 운임회복 의지를 퇴색케 했다.
선사 관계자는 “설 연휴 이후 물동량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며 “소석률은 90%를 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달 들어 G6의 출범과 함께 북미항로 선복량은 다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미 동안 노선의 경우 8000TEU급 대형선박이 취항하면서 선사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G6은 다른 서비스를 중단한 결과 전체적인 선복량이 늘어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일선 영업담당자들은 심리적인 압박을 토로하고 있다.
G6 소속 선사 한 관계자는 “G6 출범으로 물량은 그대로인 반면 선복은 늘어난 터라 운임 면에선 선사들에게 긍정적일 수 없을 것”이라며 “성수기 전까지 현재의 운임 수준을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상하이항운거래소가 17일 발표한 상하이발 북미항로 운임(FEU 기준)은 2012달러로, 일주일 새 2000달러선을 회복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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