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해운 청산형 회생절차 신청

중견 탱크선사인 삼호해운의 회생절차에 제동이 걸렸다.

삼호해운은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으로부터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성도회계법인은 삼호해운의 존속가치를 1409억원, 청산가치를 1608억원으로 각각 평가했다. 또 삼호해운의 채무 규모는 확정채권 4588억만원, 미확정채권 4533억 등 총 9122억원에 달하고 자본총계는 2181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기업이 파산 절차를 밟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호해운이 현재 소유권이전부나용선(BBCHP) 4척을 포함해 총 8척의 사선대를 선박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해운불황인 점을 감안할 때 청산보다는 회생절차를 밟는 것이 채권자들의 채권회수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신용주 삼호해운 회장(법정관리인)은 이를 의식해 지난 19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제1차 관계인집회에서 청산형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신 회장은 "청산가치가 회생가치가 보다 높게 나왔지만 청산보다는 청산형 회생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채권자측에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산형 회생계획이란 기존 법인을 청산하고 새로운 기업을 세워 자산을 신설 기업에 넘기는 방식이다.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처리를 두고 이 방식이 논의됐을 뿐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적용된 사례가 없다. 청산형 회생계획의 경우 복잡한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파산 절차를 밟는 것보다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자산을 향후 높은 가격에 처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법인이 새롭게 바뀌기 때문에 기존 법인에서의 고용관계가 단절돼 구조조정에 제약을 받지 않게 된다.

부산지방법원은 현재 주채권자들에게 청산형 회생계획안에 대한 의견을 물은 상태다. 법원 관계자는 "회사 청산절차를 밟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채무자가 청산형 회생절차를 신청했으며 채권자에 의견조회를 보냈다" 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