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16 10:38
APL, 물동량 급증에도 운임은 여전히 ‘혹한기’
11월 물동량 23%↑ vs 운임 28%↓
세계 15위 컨테이너 선사인 싱가포르 APL이 하반기 들어 물동량에서 빠른 상승곡선을 그려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모회사인 넵튠오리엔트라인(NOL)에 따르면 APL은 지난 11월 4주동안(10월17일~11월13일) 20%가 넘는 물동량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기간 APL이 실어 나른 컨테이너 물동량은 40피트 컨테이너(FEU) 20만8천개로, 1년 전의 16만9700개에 비해 23%나 늘어났다.
지난해 이맘때가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실물경제로 확산되기 시작했던 시기라는 점을 미뤄 보더라도 올해 11월 거둔 물동량은 예년 호황기 수준에 근접하는 호성적이다. 특히 APL은 전달 4주 실적(21만1700FEU)에서도 두자리수(14%) 성장세를 일군 터였다.
특히 9월 이후 꾸준히 20만FEU대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도 의미 있다. 1월에 18만8400FEU로 스타트를 끊은 후 물동량 실적은 8월까지 줄곧 10만FEU대에 머물러오다 9월 들어 20만5700FEU를 기록하며 20만개 고지를 1년 만에 넘어섰다. 9월은 특히 지난해 10월 이후 성장률에서 첫 상승(0.8%) 반전한 달이기도 하다.
APL의 물동량 성장은 주요 항로의 성수기 진입에 따른 효과로 분석된다. APL은 “아시아 역내 항로에서 물동량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아시아-유럽항로도 최근 회복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물동량 성장을 두고 정기선 시장이 수익을 내는 구조로 돌아섰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운임은 여전히 바닥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APL은 같은 기간 FEU당 평균운임매출(이하 FEU 기준)이 2239달러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3124달러에 비해 28% 하락했다.
APL의 운임매출은 지난해 10월 3186달러로,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낸 뒤 제동장치 없는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특히 올해 8월엔 2189달러로, 최저점을 찍었다. 고점 대비 31%나 곤두박질친 수준이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APL의 경쟁선사들도 운임하락으로 심각한 영업손실에 시달리고 있다. 중남미 최대선사인 칠레 CSAV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5억61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1억8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6억3천만달러에 비해 40% 감소했다.
세계 최대 정기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은 지난 3분기동안 5억9200만달러의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다. CSAV의 9개월간 손실 폭을 한 분기 동안 기록한 것이다. 머스크라인의 3분기 물동량은 3% 감소한 것에 그친 것으로 파악돼, 이 기간 이 회사 손실은 물동량 감소보다 운임의 급락이 주요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물동량 약세에다 해운 호황기였던 2002~2007년 사이 발주한 신조선의 시장 유입으로 빚어진 심각한 선복과잉 시황이 더해져 선사들의 수익악화로 이어진 셈이다. 현재 정기선사들은 세계 전체 컨테이너선대의 10% 이상을 항만에 계선(운항을 멈추고 세워둠)해 놓고 있는 형편이다.
모회사인 NOL은 지난 10월에 “영업손실 기조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한편 APL의 11월까지 컨테이너 물동량과 평균운임매출은 각각 197만6200FEU, 2301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 대비 물동량은 12%, 운임매출은 24% 감소한 수준이다.<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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