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열린 국가 해양력 강화 심포지엄에선 국적선사의 친환경 선박 도입과 선원 확충, 홍해 사태에 대응한 국방력 강화 등이 대한민국 해양산업이 당면한 최대 과제로 지적됐다.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과 대한민국해양연맹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국가 해양력 강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분야별로 지정된 주제를 대상으로 전문가가 발표하고 토론했던 형식에서 벗어나 각 분야의 대표가 현장에서 경험한 터득한 문제점과 대책을 발표하고 상호 보완책을 강구하는 대담 형태로 진행됐다.
“해기사 확충·중소선사 친환경선박 도입이 화두”
해운 분야에선 해기사 확충과 중소 선사들의 친환경 선박 도입 등이 화두로 떠올랐다.
양창호 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저출산과 승선 기피로 한국 선원의 감소 현상은 불가피하다”며, 해결 방안으로 외국인 해기사 양성을 들었다. 오션폴리텍 활용, 해사고등학교 활성화, 여성 해기사 양성과 더불어 인도네시아, 필리핀 현지 선원 양성 교육·훈련센터 구축 등을 제안해 선원을 늘릴 것을 주문했다. 특히 그는 외국인 해기사를 대상으로 한 기술이민 특례제도를 도입해 장기 승선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맡고 있는 중소 조선 업무를 해양수산부로 이관해 고사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중소 선사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친환경 선박 투자에 재무적으로 상대적 열위에 있는 중소 선사를 대상으로 한 중소 조선사의 맞춤형 선박 건조가 이뤄지면 선사와 조선사가 상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 부회장은 “친환경에 투입되는 비용을 화주가 내주지 않을 것이다. 대형 선사들은 어떻게든 하겠지만 중소 선사들은 친환경 선박 도입에 난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조선은 산업부가 맡고 있으니 중소 조선 업무는 해수부로 넘겨 중소 선사가 필요한 선형을 개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면 선사들은 대량으로 선박을 싸게 발주할 수 있고 여러 면에서 중소 조선업도 활성화될 수 있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남성욱 고려대 교수, 최윤희 해양연맹 총재, 양창호 해운협회 부회장, 이신형 서울대 교수, 김영규 원양산업협회 회장, 원제철 국제물류협회 회장, 임기택 IMO 명예사무총장, 김종덕 KMI 원장 |
해양 안보 분야에서 대담자로 나선 최윤희 해양연맹 총재는 급변하는 해양 안보 위협에 대비해 세계 10대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을 보호하려면 해군의 임무와 전략을 바꾸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절실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멘 친이란계 무장 조직인 후티 반군의 잇따른 상선 공격에 글로벌 해양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최 총재는 “바다를 어떻게 통제하느냐에 따라 경제적 위상이 달라진다”며 “우리 나름대로 독자적인 역할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보름간 해상교통로가 차단되면 무역 국가인 우리나라가 주저앉을 수 있어 해군력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 총재는 “함정 건조에 보통 30년이 걸린다고 가정할 경우 하루라도 빨리 해상교통로를 보호할 수 있는 해군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물류 분야에서 원제철 국제물류협회(KIFFA) 회장은 국가 물류 거버넌스 개편을 위해 총리실에 물류 혁신위원회 설치, 국제 물류산업 육성을 위한 국제 물류 전용 플랫폼 구축, 국제물류 전문인력 해외 진출 지원 기금 신설 및 정부 차원의 컨테이너 비축 필요성을 제기했다.
원 회장은 “물류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부처별로 분산된 정책들을 총괄할 수 있는 대통령 산하 물류위원회나 국무총리 산하의 물류혁신위원회를 신설해 부처 간 조정 기능을 높이고 추진 동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기택 IMO 명예사무총장 “환경규제 우리나라에 위기 아닌 기회”
해양 생태계가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기에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어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탄소중립 실현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하다 보니 개발도상국의 참여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2050년까지 해운시장에서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려면 약 1조4000억달러(약 1930조원), 선박이 탈탄소화하려면 매년 80억달러~280억달러(약 11조~39조원)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글로벌 해운시장의 탄소중립 실현에 앞서 국제사회가 개도국의 동참 의식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날 기조 강연에 나선 임기택 IMO 명예 사무총장은 IMO에서 근무하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해양 안보 및 해양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국제사회의 환경 규제가 우리나라엔 위기가 아닌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해운·항만·조선·에너지, 즉 해양 생태계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탄소중립 실현에 리더십이 필요한데 이러한 역할을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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