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항로 취항선사들이 공급을 조이며 시황 다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운임은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선사들은 2024년 마지막 기간(11~12월) 선적 상한선(실링)을 75%로 설정했다. 전기(9~10월)에 비해 5%포인트, 1년 전에 비해 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취항선사들은 올해 실링을 9~10월을 제외하고 70%대로 내내 유지했다. 1기(1~2월) 73%, 2기(3~4월) 78%, 3기(5~6월) 75%, 4기(7~8월) 76%, 5기(9~10월) 80%였다. 최성수기로 분류되는 3~4월에도 70%대를 고수할 만큼 공급을 최대한 조이는 정책을 이어갔다. 그러다 적취율 제고에 방점을 두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9~10월엔 80%대로 실링을 늘렸고 그 결과는 대부분의 선사들이 목표 달성에 실패한 성적표였다.
11월 들어선 공급을 다시 줄인 덕분에 선사들의 행보가 순조로운 편이다. 선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11월 한 달 만을 놓고 봤을 때 대부분의 선사들이 실링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은 12월 마지막 주부터 연휴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에 앞서 밀어내기 특수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공식 집계된 물동량은 감소세를 띠었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한국과 일본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12만6200TEU(잠정)를 기록, 지난해 같은 달의 12만8300TEU에 견줘 2% 감소했다. 지난 7월 역신장했다가 8월에 바로 반등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지난 1월 -2%의 감소세로 2024년을 시작한 한일항로 물동량은 2월부터 6월까지 플러스 성장하는 호조를 보였지만 하반기 들어선 한 달 간격으로 부침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달 수출화물은 3% 감소한 2만5600TEU, 수입화물은 10% 늘어난 2만4400TEU로 각각 집계됐다. 수출화물은 7월부터 3개월 연속 뒷걸음질 치는 등 9개월 중 7개월간 역신장하는 부진을 보여줬다. 반면 수입화물은 3월 이후 플러스 성장곡선을 이어갔다. 특히 6월 이후 4개월 중 3개월간 두 자릿수의 높은 성장률을 신고했다.
비중이 가장 큰 환적화물은 4% 감소한 7만6300TEU에 그치며 전체 실적 감소를 이끌었다. 환적화물 중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 또는 제3국으로 수송된 삼국 간 화물은 15% 감소한 5만9200TEU, 원양선사가 고객인 피더화물은 65% 늘어난 1만7000TEU를 각각 기록했다. 피더화물은 올해 들어 5월부터 두 자릿수를 웃도는 높은 성장률을 과시하며 지난 몇 년간의 부진을 만회하는 모습이다.
이 항로 운임은 전달에 견줘 약보합세를 띠었다. 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11월 3주 평균 한일 구간 운임지수(KCCI)는 40피트 컨테이너(FEU)당 242달러를 기록, 10월의 243달러에서 소폭 하락했다. 이 항로 월간 운임은 지난 9월 251달러로, 최근 1년 새 최고점을 기록했지만 10월 이후 해운 경기가 꺾이면서 시나브로 하락하는 모양새다.
11월18일자 주간 운임은 241달러로, 전주 대비 1달러 하락했다. 지난 9월2일 단기 고점인 254달러를 찍었던 주간 KCCI는 하락세로 전환해 10월 이후 240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20피트 컨테이너(TEU) 환산 운임은 120달러 수준으로, 유가할증료(BAF) 등을 고려할 때 기본운임은 사실상 두 자릿수대로 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한일항로 취항선사들은 올 한 해 BAF 200달러를 부과하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한일항로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위축되는 모습을 띠면서 운임도 과거처럼 기본운임만 300달러를 넘어서는 강세를 띠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을 조절해 운임 하락을 막는 정책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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