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26 00:43
하파그로이드 매각 무산위기…퀴네 "철회 검토"
HSH 노르드방크 부실도 걸림돌…TUI "사실무근" 일축
독일 선사 하파그로이드를 인수하기로 했던 같은 국적의 투자회사 알베르트 발린 인베스터(ABI) 그룹 중 일부 투자자가 인수 철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2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등 외신에 따르면 ABI의 주요 투자자중 한명인 독일 억만장자 클라우스 미하엘 퀴네가 하파그로이드 지분 인수에 대해 심각히 재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파그로이드 모회사인 독일 여행회사 TUI는 지난해 10월 44억5천만유로(약 8조6800억원)에 하파그로이드 지분 66.6%를 ABI측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ABI는 지분 25.1%의 퀴네와 23%의 독일 함부르크시를 대주주로, 투자은행 MM 바르부르크, 함부르크 지역은행 HSH 노르드방크, 보험회사인 시그날 이두나, 한세 머쿠르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중 함부르크 태생의 퀴네는 스위스 글로벌 물류기업 퀴네앤드나겔의 소유자이기도 해 하파그로이드 인수로 해운·물류를 연계한 시너지 효과가 크게 기대됐다.
게다가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지난 6일 ABI의 하파그로이드 인수를 승인함으로써 하파그로이드의 소유권 이전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 후퇴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해운 경기가 크게 위축되자 퀴네는 하파그로이드 인수에 대한 매력을 크게 잃었으며, 이로 인해 지분 인수를 포기하거나 인수가격 재협상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UI는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하파그로이드 지분율을 33.3%에서 49.9%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TUI의 현금유동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돼 하파그로이드 매각을 종용해왔던 TUI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미 TUI는 하파그로이드 지분 33.3%를 보유하는데 7억유로를 쓴 바 있다. TUI 주주엔 노르웨이 프론트라인과 골라LNG로 친숙한 존 프레드릭슨이 포함돼 있다. 그는 TUI측에 하파그로이드 매각을 압박해온 장본인이다.
TUI측은 이 같은 외신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고, 매각은 2008년 영업실적이 발표되는 다음달 25일전까지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TUI 대변인 로버트 짐머만은 "인수가를 놓고 재협상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퀴네외에 또다른 투자자인 세계 최대 선박금융은행 HSH 노르드방크가 해운 경기 하락으로 파산위기에 직면한 것도 하파그로이드 매각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HSH 노르드방크는 지난해 대규모 투자손실이 겹쳐 28억유로(약 5조4천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냈다.
HSH를 구제하기 위해 독일 함부르크시와 슐레스비히홀스타인주 정부는 24일(현지시간)에 130억유로(약 25조3600억원)를 투입키로 결정하는 등 상황은 자못 심각하다. 두 지방 정부는 30억유로를 우선 투입하고, 대출보증을 위해 100억유로를 지원할 계획이다. HSH는 ABI의 투자자이자 지난해 하파그로이드가 TUI 선박 29척을 매입하도록 7억5천만달러의 금융을 일으킨 은행신디케이트의 주관은행이다.
한편 TUI는 매각 결정 이후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하파그로이드에 제공한 대출금 규모와 이의 처리 문제를 놓고 ABI와 협의중이다. 하파그로이드는 TUI로부터 건너간 13억유로를 포함해 총 20억유로(약 3조9천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UI는 앞으로도 하파그로이드에 10억유로를 추가로 빌려주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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