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선사들의 선복 공급량이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음에도 수요 감소로 유럽항로 시황은 악화일로를 걷는 모습이다. 선사들은 중국의 건국기념일인 국경절과 경기 침체에 대비해 블랭크세일링(임시결항)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KOBC)에 따르면 10월 선사들의 주간 평균 선복 공급량은 44만TEU로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올해 8월 고점 대비 2% 감소했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선사들이 임시결항으로 공급을 조절했지만, 일부 선사가 선박을 추가 투입하면서 효과가 다소 희석됐다는 분석이다.
유럽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따른 경기 침체에 겨울을 앞두고 연료비 부담으로 정세 불안이 이어지면서 연말까지 약세 시황이 지속된다는 게 해운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운임은 19주 연속 하락하면서 북미와 마찬가지로 하락 폭이 컸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10월21일자 상하이발 북유럽행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379달러를 기록, 지난 2020년 12월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전월 3163달러와 비교하면 25% 하락한 수치이며, 올 들어 최고치인 7797달러에서 70%나 떨어졌다.
지중해는 TEU당 2568달러를 기록, 전월 3249달러에서 21% 하락했다. 해양수산부에 신고된 한국발 네덜란드 로테르담행 공표 운임은 10월 현재 TEU당 1810~2650달러로 전달 3000~4000달러에서 하락했다.
물동량은 6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컨테이너트레이드스터티스틱스에 따르면 올해 7월 아시아 16개국발 유럽 53개행(유럽 수출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월 대비 1.4% 감소한 141만6000TEU에 머물렀다.
최대 점유율을 차지하는 중국이 0.3% 증가한 107만9000TEU였다.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등의 동북아시아는 14% 급감한 14만4000TEU, 동남아시아는 0.3% 감소한 19만3000TEU로 집계됐다. 1~7월 실적은 4.2% 감소한 941만4000TEU에 그쳤다.
노조 파업은 영국 항만 컨테이너 처리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리버풀항 하역 노동자 600여명은 이달 11일부터 17일까지 일주일간 두 번째 파업에 들어갔다.
사측에서는 인플레이션 8.2% 보다 높은 수준인 평균 10.2%의 기본급 인상을 제안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15.7%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파업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데이터 제공업체 포카이츠(FourKites)에 따르면 파업으로 리버풀항의 9월 기항 선박 수는 전년 대비 약 85% 감소했다.
유럽 주요 항만에서 항만 혼잡은 여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탈리아에서 선박이 출항하는 데 평균 3일, 프랑스는 7~10일이 지연되면서 선사들의 정시 운항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3분기 유럽 주요 항만의 공표 일정 대비 실제 선박 기항 횟수는 대폭 감소했다. 로테르담이 상대적으로 8% 감소하며 양호했던 반면 정체·파업 영향이 컸던 펠릭스토와 함부르크의 선박 기항 횟수는 임시결항이 증가하면서 각각 35% 27% 급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