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04 09:08

“신조 기한 다가오는데…” 카타르 ‘LNG선 100척 프로젝트’ 오리무중

1단계로 20척 신조 계획…운항사 선정은 불투명


카타르가 100척에 달하는 신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도입 프로젝트의 첫 단계로 신조선 20척을 발주한다. 하지만 조선소와 약속한 신조 계약 기한이 임박했지만 선박을 운항하는 해운사 선정 입찰은 아직까지 답보 상태다.

운항사가 조선소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신조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인 까닭에 운항사 선정이 늦어지면 신조 발주도 그만큼 순연될 수밖에 없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타르 국영 석유기업인 카타르에너지(옛 카타르페트롤리엄)는 한중 양국 조선소에 LNG선 10척을 추가 발주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총 10척의 LNG선을 한중 양국 조선소에 주문하기로 한 뒤 3개월 만에 발주량을 확대했다.

세계 최대 LNG 공급사인 카타르에너지는 3년 전 연간 7700만t인 LNG 생산능력을 2027년까지 1억2600만t으로 확장하면서 LNG운반선단도 100척 이상 증강한다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2019년 1월 방한한 사드 빈 셰리다 알 카비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 겸 카타르에너지 사장은 한-카타르 정상회담에서 대규모 LNG선 발주 계획을 밝혀 국내 조선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1년여가 지난 2020년 4월과 6월 카타르는 중국 후둥중화조선과 16척, 우리나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과 총 700억리얄(약 23조원) 규모의 선대(船臺·슬롯) 예약을 각각 체결했다. 17만4000CBM(㎥)급 LNG선을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신조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LNG선 가격에 미뤄 우리나라 조선소가 수주하는 LNG선 물량은 100척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 빅3 16척·中 후둥중화 4척 신조

카타르에너지는 지난해 10월 중국 후둥중화조선에 4척, 11월 우리나라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각각 4척 2척을 2024~2025년 납기로 신조한다고 공식화했다. 이에 더해 올해 들어 대우조선해양에 1척, 삼성중공업에 3척, 현대중공업에 6척의 LNG선을 추가 발주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이로써 우리나라 조선소가 가져가는 1차 신조 물량은 총 16척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에서 6척,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서 각각 5척을 짓는다. 중국 후둥중화조선은 4척으로 변화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20척의 선박을 운영할 해운사 선정 입찰은 오리무중이다. 외신에선 카타르가 2월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할 것으로 관측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해운업계에선 3월 중순 전에 운영사 선정을 마무리 지어야 3월 말로 예정된 신조 계약 기한을 맞출 수 있다고 지적한다. 

카타르에너지는 해운사-조선소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입찰하는 일반적인 수송거래와 달리 조선소와 해운사를 별도로 선정한 뒤 추후 둘을 ‘짝짓기’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입찰에 돌입했다. 운항사와 조선사를 매칭하는 권한은 전적으로 카타르에서 갖는다.

지난해 3월 사전심사(PQ)를 통과한 전 세계 LNG선사 37곳에 10년 12년 15년 20년 기간의 용대선 입찰 참여 요청서를 보냈다. 요청서엔 계약기간을 최대 25년까지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됐다.  

우리나라에서 PQ를 통과한 선사는 코리아컨소시엄을 맺은 SK해운 에이치라인해운 팬오션과 단독 참여한 현대글로비스 등 총 4곳이다. 해외에선 일본 중국 그리스 선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지난해 운항사 선정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카타르는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입찰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입찰에 참여한 선사 관계자는 “2월 말 카타르에 입찰 일정을 문의했지만 답을 주지 않고 있다”며 “신조선을 발주해야 하는 기간이 3월 말로 끝나기 때문에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는 사업자가 선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관계자는 “쇼트리스트(적격자후보군)를 선정한 뒤 최종사업자를 뽑는 방식은 남은 시간을 놓고 봤을 때 어려울 것”이라며 곧바로 본입찰을 진행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선사들이 진행하는 금융 조달은 입찰제안서에 대강의 계획을 기재했기에 입찰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거란 입장을 내놨다. 

LNG선가 급등…비용 부담 커져

업계에선 신조선 가격이 크게 올라 카타르의 비용 부담이 커진 게 입찰 지연의 이유로 보고 있다. 카타르가 신조선 가격이 약세로 전환하길 기다리다가 입찰 일정이 전체적으로 늦어졌다는 분석이다.

영국 클락슨에 따르면 현재 17만4000㎥급 신조 LNG선 가격은 2억1000만달러(약 2530억원) 수준이다. 2020년 1월의 1억8600만달러에서 13% 인상됐다. 카타르가 우리나라에 예약한 슬롯 규모를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90척 정도에 불과하다. 2년 전 예약 당시에 비해 10여척 이상 줄어들었다. 

선사 관계자는 “당초 슬롯 예약을 시세대로 했기 때문에 카타르가 물량 할인을 적용받는다고 하더라도 선가가 많이 오른 건 분명하다”며 “카타르에선 선가가 떨어지길 기다리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가격 하락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운항사 입찰이 늦어지면 카타르는 조선소와 협의해 신조 발주 기한을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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