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철도회사인 캔자스시티서던(KCS) 인수전에 캐나다퍼시픽철도(CP)가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CP가 KCS를 인수할 경우 북미 최초의 광역 철도회사가 탄생하게 된다.
미국 육상교통위원회(STB)는 지난달 31일 캐나다 철도회사인 캐나다내셔널철도(CN)와 미국 철도회사인 캔자스시티서던(KCS)의 합병 과정에서 의결권 신탁(voting trust)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의결권 신탁이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 데다 CN과 KCS 통합이 반경쟁적이란 판단이다.
이번 결정으로 CN의 KCS 인수는 사실상 무산됐다. CN과 KCS는 곧바로 성명을 발표하고 “두 회사의 합병은 공공 이익에 부합한다”며 STB의 결정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KCS를 두고 CN과 경쟁을 벌여온 CP는 반색했다. 그동안 낮은 인수가 탓에 밀리던 전세를 일시에 뒤집었다는 평가다. CP는 “STB가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하고 “지난 8월10일 발표한 인수 제안은 뛰어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KCS 인수 제안은 계속 유효하다고 밝혔다. STB는 지난 5월 의결권 신탁을 활용한 CP와 KCS의 합병을 승인한 바 있어 KCS의 수락만 남은 상태다.
KCS는 CN과의 합병을 의결하려고 9월3일 열 예정이던 주주총회를 24일로 연기하고 CP와 재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다만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원하는 이 회사 주주들이 합병을 승인할지는 미지수다. KCS는 CN과 체결한 합병 계약 조건이 CP와의 재협상에도 구속력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재협상이 반드시 합병 결정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캐나다 철도회사들은 KCS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CP는 지난 3월 총액 290억달러(약 33조5800억원)에 KCS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KCS가 CP의 제안을 받아 들여 거래가 성사되나 싶었지만 한 달 뒤 CN이 껴들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CP의 독주를 바라만 볼 수 없었던 CN은 337억달러(약 39조300억원)를 제시하며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CP가 써낸 가격보다 무려 5조4500억원 많은 금액이었다.
CP가 이에 대응해 다시 가격을 올릴 거란 기대가 있었지만 이 회사는 가격 인상은 없다고 일축했다. 추가 제안이 없자 KCS 이사회는 지난 5월 CP와 한 합병 합의를 파기하는 한편 CN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2달이 지나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7월9일 ‘미국 경제 경쟁 촉진’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소규모 기업에 불리한 합병을 검토하고 계약이 체결된 합병도 이의를 제기하도록 명령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는 법무부 반독점국과 기업 합병 지침 재검토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상황이 자신들에게 긍정적으로 변한 걸 감지한 CP는 지난달 310억달러의 인수안 제시하며 다시 거래에 뛰어들었다. 결국 미국당국이 매출액에서 CP를 2배가량 앞서는 CN의 KCS 인수를 승인하지 않으면서 최종 승기를 잡게 됐다.
KCS는 8월19일에 CN의 인수 제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9월3일로 연기했고 STB의 결정이 나자 21일 후로 재연기했다.
CP가 멕시코에도 화물철도 자회사를 둔 KCS를 인수하면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에 걸친 북미 최초의 광역 철도회사가 탄생하게 돼 현지 물류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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