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항로의 시황 강세가 여전하다. 통상적으로 3월 북미항로는 중국 춘절(설) 연휴가 지나고 약세를 보이지만 올해는 예년과 상황이 다르다는 게 선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이후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타난 수요 강세가 여전한 가운데 컨테이너 박스와 장비, 선복 부족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여기에 서안 항만에서 대규모 코로나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며 선적·하역 작업이 늦춰진 점도 예년과 다른 상황을 연출하게 된 배경이라고 선사들은 전했다.
로스앤젤레스(LA) 롱비치 등 서안에서 시작된 항만 적체는 미국 동안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현재 아시아에서 서안으로 보내지는 생활가전 장신구 의류 등은 빠른 납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 품목들이다. 긴급 화물은 서안이 아닌 미국 동안으로 우회 운송되고 있다. 뉴욕 서배너 등을 기항하는 선박이 늘면서 동안에서도 물류 병목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게 선사들의 전언이다.
최근 롱비치 LA 등 인근에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은 22척으로 50척에 육박했던 1월에 비해 크게 감소했지만, 앞으로 많은 선박이 입항을 앞두고 있어 동안행 물류 대란 현상은 두드러질 전망이다. 선사 관계자는 “서안과 동안의 주요 항만이 현재 매우 붐비는 상황이다. 선사들이 당분간 대체 기항지를 찾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역대 최대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무역이 더욱 활발해질 거란 이유에서다.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로 충격을 받은 미국 경기를 회복하고자 최근 1조9000억달러(약 2000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에 서명했다.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경기 개선을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경기 부양책은 미국 경제가 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물동량은 지난해 6월 이후 9개월 연속 증가세다. 미국 통관조사기관인 데카르트데이터마인에 따르면 2월 아시아 주요 10개국발 북미행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대비 32% 증가한 147만1988TEU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로 가구와 운동기구 등의 소비재 부품이 크게 늘어난 게 물동량 증가 배경으로 꼽힌다. 선적국별 실적을 보면, 중국은 60% 증가한 92만2400TEU를 기록, 1위를 유지했다. 2위인 우리나라는 1% 감소한 13만5800TEU에 그친 반면 3위 베트남은 21% 증가한 11만4900TEU를 기록했다.
항만 적체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현재의 고운임 기조는 계속될 전망이다.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3월19일자 상하이발 미국 서안행 컨테이너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3984달러로 집계됐다. 전달 4106달러에서 122달러 떨어졌지만 여전히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안 운임은 지난해 9월부터 단 한 번도 3800달러를 밑돈 적이 없다. 동안행 운임 역시 FEU당 4795달러를 기록, 전달과 비교해 5달러 하락하는 데 그쳤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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