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항로 운임이 급등하자 중국 정부가 노골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주요 컨테이너 선사에게 중국-미국항로 컨테이너 운임을 인상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18일 미국 저널오브커머스(JOC)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중국 교통운수부는 지난 11일 상하이에서 주요 컨테이너선사 임원들과 벌인 회의에서 중국발 미국행 해상항로에서 진행하는 컨테이너 운임 인상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달 설문조사 방식으로 선사 측에 운임 인상 중단을 간접적으로 압박했던 중국 정부는 이후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선사들을 직접 불러 지시를 내렸다.
회의에 참석했던 컨테이너선사 중 자국선사 코스코는 당국 요청에 화답해 15일로 예정했던 북미항로 운임 인상을 취소했다고 JOC는 전했다. 회의에 참석한 또 다른 선사들은 어떻게 대응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또 회의에서 선사들에게 북미항로에서 선복을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선사들의 잇따른 서비스 결항이 현재의 운임 고공행진을 초래했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교통운수부는 7월과 10월 사이에 북미항로에서 선박운항이 얼마나 결항했는지, 전체 물동량 중 현물운송(스폿)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현물운임이 어떻게 책정되고 왜 올랐는지, 운임을 어떻게 제어하는지 등을 자세히 캐물었다.
아울러 유가와 항비(港費)가 하락한 점에 주목하면서 선사들이 연료유 가격 하락에 맞춰 인하한 유가할증료(BAF)를 화주에게 공개하는지 여부도 확인했다.
중국 정부의 시장 개입은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한 달 동안 가파르게 오르던 북미항로 운임은 상승률이 둔화되거나 하락했다. 이달 11일자 상하이발 미 서안행 운임은 3813달러, 미 동안행 운임은 4534달러를 기록, 전 주 대비 미 서안은 55달러 오른 반면 미 동안은 4달러 하락했다.
북미항로 운임은 하반기 들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미 서안항로에선 지난 7월31일 3167달러로, 운임 집계 이래 처음으로 3000달러를 돌파한 뒤 매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이달 4일 3758달러까지 치솟았다.
미 동안항로 운임은 지난달 28일 4207달러를 기록, 2015년 4월 이후 5년 만에 40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일주일 후인 이달 4일에도 330달러 급등하는 강세를 띠었다.
중국 정부의 해운시장 압박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인텔리전스컨설팅의 라스젠센 사장은 “시장에 전례없는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선사가 급격한 수요 변동성에 직면했을 때 선복 관리 능력이 잠재적으로 붕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막대한 물동량을 무기로 세계 해운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014년엔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 프랑스 CMA CGM은 중국 경쟁당국의 반대로 컨테이너선 제휴그룹 P3 결성을 포기한 바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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