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해운시장은 미국과 중국, 우리나라와 일본의 무역전쟁이 현실화하면서 큰 혼란을 겪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해운업계에 웃음과 울음을 함께 안겼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발효시기를 올해 1월로 설정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산 제품을 대거 사들이겠다고 선언하자 시행을 유예했다. 그 결과 북미항로는 무역전쟁 전에 제품을 확보하려는 화주들의 긴급한 움직임으로 올해 초까지 활황세를 보였다.
지난해 북미항로 수출물동량은 8.1% 성장한 1788만t을 기록했다. 연간 성장률이 8%를 넘어선 건 2010년의 15.5% 이후 8년 만이다. 2010년의 고성장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실적이 급감한 2009년에 대한 기저효과임을 고려할 때 지난해의 실적 성장은 매우 이례적이다. 관세 부과가 늦춰지면서 올해 1월에도 6%대의 물동량 성장률을 보이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유예는 없었다. 미국 정부는 5월10일 관세 폭탄을 투하했고 해운시황도 빠르게 얼어붙었다. 올해 11월까지 북미 수출항로 물동량은 1626만TEU로 지난해에 비해 0.2% 성장하는 데 그쳤다. 2월과 10월 11월에 감소세를 띠었다. 특히 10~11월엔 9%대의 급락세를 시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이 무역전쟁 전 밀어내기 수요가 폭발하면서 크게 늘어난 까닭에 올해 감소폭이 더 컸다.
북미항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점유율도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11개월간 중국발 물동량은 7.5% 감소한 975만TEU를 기록했다. 그 결과 점유율도 지난해의 65%에서 60%로 떨어졌다. 특히 10월과 11월 점유율은 60%선이 무너진 58%에 머물렀다.
반면 미국의 제품 수입 거점이 중국에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넘어가면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점유율은 지난해 15%에서 19%로 급등했다. 미국의 중국 제품 수요가 줄면서 중국으로 원부자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도 타격을 입었고 이는 곧 한중항로 시황 부진으로 이어졌다.
운임도 동반 하락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평균 상하이발 미 서안행 운임은 1527달러로, 지난해 평균 1736달러 대비 12% 떨어졌다. 미동안행 평균운임은 지난해 2806달러에서 올해 2609달러로 7% 하락했다.
한일 무역전쟁은 근해선사에게 생채기를 냈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에 우리나라가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맞대응하면서 양국간 교역은 크게 둔화됐다. 특히 10년째 수입맥주 1위를 차지했던 일본 맥주 수입량이 9월 한 달간 99.9% 감소한 4.2t에 그치는 등 물동량 감소가 본격화하자 한일항로 취항선사들의 시름도 커졌다. 올해 1~10월 한일항로 수출입물동량은 5% 감소한 58만2987TEU에 머물렀다. 2015년 이후 4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이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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