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11월은 비수기인데도 올해는 상황이 더 안 좋네요. 선사들의 수급조절 노력에도 약세 시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선사들에게 이달 북미 해운시장 상황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6주 연속 하락하던 운임은 선사들의 선복 감축 노력에 힘입어 모처럼 상승세로 돌아섰다. 게다가 다음달 15일 미국의 對중 추가관세 부과가 임박하면서 이를 피하기 위한 수요가 증가한 게 운임 상승에 힘을 보탰다. 다만 선사들의 지속된 블랭크세일링(임시휴항)과 선대 규모 축소에도 운임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11월8일자 상하이발 미국 서안행 컨테이너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532달러로 집계됐다. 전달 1313달러에서 200달러 이상 상승했지만 지난해 2575달러와 비교하면 약 1000달러 낮다.
동안행 운임은 FEU당 2572달러를 기록, 전월과 비교해 200달러 이상 올랐지만 전년 3613달러와 비교해 1000달러 가까이 떨어졌다.
선사들은 운임이 언제 다시 떨어질지 모른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난달까지 크리스마스 특수 물량을 수송한 뒤 비수기로 접어든 상황에서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악재까지 겹친 상황이다. 지난 1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이 임박했다면서도 양국이 합의에 실패할 경우 대중국 관세를 대폭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물동량 점유율 1위인 중국이 무역분쟁 여파를 받고 있어 선사들로선 양국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선사 관계자는 “중국 시황이 좋지 않다보니 운임이 소폭 올랐다”며 “중국과 미국이 합의에 실패하면 내년에는 올해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내외 무역환경 악화에 따른 수요 감소 여파로 일부 선사들은 서비스 개편 카드를 꺼내들었다. 디얼라이언스는 아시아-미서부 일부 서비스에서 선대 규모를 축소하며 운임 방어에 나선다. PS5에 투입되는 8400TEU급 선박을 6700TEU로, PS7에 배선 중인 9800TEU급 선박을 8500TEU로 각각 다운 사이징한다. 더불어 아시아-미 동안 서비스(EC3)를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11월 이후에도 수요에 대한 급격한 증가가 없을 것으로 예상돼 운임 방어와 서비스 최적화를 통해 운용 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디얼라이언스의 서비스 축소에도 지난해와 같은 높은 운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동량은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중국과 우리나라의 수출화물이 크게 감소하며 두 자릿수 하락했다. 미국 통관통계기관인 데카르트데이터마인에 따르면 10월 아시아 10개국발 미국행(수출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대비 10% 감소한 145만4600TEU로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중국이 18% 감소한 83만4000TEU를 기록, 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2위 우리나라도 14% 감소한 15만4700TEU로, 2개월 연속 뒷걸음질 쳤다. 3위 베트남발은 44% 증가한 11만7500TEU를 기록, 11개월 연속 플러스 성장했다.
품목별로 보면 중국의 부진, 동남아시아의 상승이 눈에 띈다. 1위 가구류는 중국·홍콩발 실적은 29% 감소한 13만7326TEU에 그친 반면 중국·홍콩과 우리나라를 뺀 7개국발은 37% 증가한 9만5800TEU를 달성했다. 미국발 아시아행(수입항로) 9월 물동량은 전년 동월 대비 0.9% 감소한 45만6796TEU였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