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감독기관 간 중복되고 반복적인 여객선 안전관리체계를 선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34차 해양사고방지 세미나’에서 한국해운조합 김주화 실장은 선사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 자체적으로 안전관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여객선 안전점검 체계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객선 출항전 점검 최대 13만건에 달해
여객선 접안 중 잦은 지도·점검과 선장·기관장 입회 요구는 선원의 피로도 누적으로 이어지는 건 물론, 운항 준비에 악영향을 미쳐 해양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여객선 현장 점검단에는 운항관리자 해사안전감독관 국민안전감독관 지방해양수산청공무원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출범한 국민안전감독관에는 선박안전 관련 업종 종사자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 경력자들로 구성돼 있다. 감독관은 여객선 안전관리 실태를 직접 점검하고 자문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운항 준비를 해야 할 선내 인력이 수시로 입회·수검에 참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에 따르면 최근 1년 간 여객선 165척을 대상으로 진행된 출항 전 점검이 최대 13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도서·벽지 운항으로 감독관 참여가 곤란한 선박도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제도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김 실장은 “수검 스트레스로 선원들의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항해 중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에 따르면 2005~2014년 매년 5~10%의 해양사고가 선원 피로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위해 김 실장은 중복적인 점검을 통합하고 점검자를 일원화하는 한편,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을 토대로 선장 단독으로 출항 전 점검을 진행할 수 있는 체계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선장이 휴대용 PC나 모바일기기를 통해 출항 전 점검 사항을 여객선관리센터에 보고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그는 선사 책임의 자율적 안전관리 전환과 관리능력 제고를 위한 5개년 중장기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야 사고가 발생해도 명확한 책임 소재를 가려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사안전법상 규정된 바와 같이 전 여객선에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여객선 운항 안정성을 더욱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항공 철도 유도선 낚시어선 등의 교통수단과는 달리 여객선은 각 청에 소속돼 있는 운항관리규정심의위원회에서 정하는 임의 규정을 적용받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통제 기준이 선박 크기와 항만, 지방해양수산청 등에 따라 모두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임의 통제기준 적용에 따른 운항 예측 불가로 해상교통수단의 역할이 제한되는 데다 여객 통제 항의 시 법령 위반의 소지가 있어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김 실장은 “해사안전법에 일원화된 출항 통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그래야 예측 가능한 운항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대국민 운항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해수부도 안전운항정책 신뢰성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해운조합 김주화 실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여객선 접안·편의시설 운영 국가 지자체가 맡아야”
여객선 이용객을 위한 인프라를 현대화하거나 확충하는 작업도 사고 예방에 병행돼야할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꼽혔다. 이용객 고령화와 생활 수준 향상, 터미널 연계 교통수단 필요성 증가 등에 발맞춰 공항 수준의 접안 및 부대시설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김 실장은 접안시설·편의시설 운영·관리 주체를 사업자에서 국가 지자체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확보 주체를 변경해 연계 교통 확보는 물론 인프라 관련 교통관리를 용이하게 하고 사고 예방에 기여하자는 이유에서다.
여객선의 안전운항을 저해하는 주요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부유물 등의 위험요소를 체계적으로 관리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객선 전체 사고 중 인적과실 사고 비율은 2015년 53%에서 2018년 37%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같은 기간 부유물 감김은 14%에서 32%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김 실장은 “항로상 위험요소 전수조사 및 실태진단은 물론, 우선순위를 정해 점진적으로 중장기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주기적으로 항로 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김 실장은 선원 고령화 및 부족현상 심화를 예로 들며 수요·공급 예측 시스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개인정보 취급 등을 관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국가가 직접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그는 선원통계연보에서 연령기준을 60세 이상을 60~64세, 65~69세, 70세 이상으로 세분화해 취업만족도를 높이고 고령선원을 대체해 사고예방에 나서자고 주문했다.
해양사고방지 세미나는 해양수산관련 업·단체가 해양안전문화의 정착을 위해 1986년에 처음 시작해 올해로 34돌을 맞았다. 한기준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원장은 “해양·수산 분야의 경쟁력 강화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해양안전 확보는 필수조건이자,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하고, “정부는 안전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해양안전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며 문성혁 해수부 장관의 격려사를 대독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