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기 수준에 머물러있는 국내 마리나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마케팅 방안 중 하나로 대중과의 소통 등 대외홍보에 신경써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독특한 시각과 가치를 반영해 마리나시설 이용객들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탈리아 마리나 디 스칼리노의 필립보 부르치 부장은 지난 26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 아트리움에서 열린 제8회 국제마리나콘퍼런스에서 이탈리아 마리나산업을 사례로 효율적인 마케팅방안을 설명했다.
이탈리아의 마리나산업은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마련된 규제 법안으로 인해 쇠퇴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세수가 필요했던 이탈리아 정부는 2011년 고가(高價)의 해양레포츠산업으로 인식되는 요트 등 마리나 산업에 강력한 고세율 정책을 도입해 경제위기를 타개하려 했다.
이탈리아 해역을 항해하는 모든 국적·외국적 요트 등에 높은 세금이 부과되자, 마리나 산업은 급격하게 위축됐다. 수개월이 지난 후 마리나 필수시설인 야드장은 폐쇄됐고, 수천 개에 달하는 직·간접 일자리가 사라졌다. 국내·외 요트들이 다른 목적지로 노선까지 조정하자 이탈리아는 2015년 과세규제를 철회하게 됐다.
하지만 폐쇄 직전까지 갔던 마리나산업을 재건하는 건 쉽지 않았다. 당시 토스카니 지역에서 한 마리나업체의 최고경영자(CEO)로 활약했던 부르치 부장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쳤지만 전략 재편이 쉽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탈리아 마리나 디 스칼리노의 필립보 부르치 부장 |
그는 함께 일했던 대외홍보 담당자의 아이디어에 힘업어 토스카니지역의 마리나산업이 재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은색 배경의 인터넷 웹페이지에 ‘토스카니가 우리의 대변자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다른 경쟁 마리나와 다른 홍보방법을 취했더니 시장 점유율이 점차 올라갔다”며 “당시 세계적으로 마리나 산업이 고전을 겪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사람들이 호기심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주요 경쟁 마리나항만이 취하지 않는 마케팅전략을 과감하게 펼친 게 수요자들의 이목을 끈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다.
그는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최적의 파트너를 선정하는 것도 마리나산업을 육성하는 데 필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효과적인 전략은 우리의 (마리나)시설을 개방하고 좋은 파트너십을 마련하는 것이다. 우리가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순 없다”며 “고객 만족을 위해서라면 비슷한 비전을 갖춘 좋은 파트너를 물색해 우리가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식음료 접대 선박수리 선상서비스 의료보건 등 마리나업체가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분야별 업체들과 협업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부르치 부장은 “마리나산업은 항상 진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회와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며 “효과적인 파트너십은 공동브랜딩과 공동마케팅으로 이어져 최적의 커뮤니케이션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가 주최하고 한국마리나협회가 주관한 이번 콘퍼런스는 ‘지속가능한 마리나산업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열렸다. 올해 한국마리나협회 회장직을 맡게 된 부산항만공사 남기찬 사장은 “올해 콘퍼런스는 해수부의 해양레저관광 활성화 대책, 마리나비즈센터사업, 제2차 마린항만기본계획 등 정부정책에 발맞춰 지속가능한 마리나산업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마련했다”며 “우리나라 마리나산업은 수명주기에서 볼 때 아직 도입기를 거쳐 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마리나산업을 이끌어가는 협회 회원사 임직원에게 격려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호주마리나산업협회 앤드류 채프먼 협회장은 “한국은 지난 8회 동안의 콘퍼런스를 통해 (마리나산업의) 어려움을 극복했고, 업계와 정부가 함께 마리나산업을 발전시키고자 노력했다”며 “(다가오는) 도쿄올림픽에 참석하는 부유층들이 일본 해역에 요트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데 지리적 근접성 때문에 한국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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