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이어 ‘10월의 주제’ 역시 빵이다. 빵은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지는 않지만 꽤나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건 빵을 하나를 만들건 백개를 만들건 간에 똑같다. 진열대에 한편에 옛추억에 젖어 겉과 속이 부드럽고 심지어 달콤한 크림이나 팥으로 가득찬 단팥빵·크림빵·곰보빵 삼총사가 정겹다. 하지만 요즘은 어느 틈에 바삭하고 쫄깃한 빵이 빵집 진열대를 채우고 있다. 아침식사는 밥 아니면 안 된다던 팔순이 넘으신 우리 아버지도 이젠 주말이면 새벽에 산책하러 가셨다가 빵 봉투를 집에 들고 오신다. 이번 컬럼에서는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기술들을 한번 들여다 보려 한다.
빵은 치즈나 김치, 된장과 같이 발효(fermentation)의 과학이다. 발효가 되기 위해 효모(yeast)를 사용하여 높은 온도로 단시간 또는 낮은 온도로 장시간 발효한다. 또한 효모의 양과 시간을 조절하여 최소한의 효모를 사용하여 장시간 발효시키기도 한다. 빵의 맛과 텍스처를 잘 잡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최소한의 효모를 이용하여 적정시간(?) 발효하는 것인데 너무 오래 발효하면 알코올과 산이 필요 이상 발달해서 밀가루의 고소한 풍미를 가리고 반죽의 힘이 약해져서 반죽이 주저앉아 버린다. 시간과 온도에 대한 ‘발효의 최적점’은 주방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기에 많은 연구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먼저 반죽온도부터 맞출 필요가 있는데 보통 26~27도가 가장 알맞고 이는 물의 온도 조절만으로 가능하다. 기억해두자! 너무 뜨거워도 안되고 너무 차가워도 안 되는 미지근한 물(luke water)이다. 32도정도~
미국의 제빵 발효관점에서 보면 1~2시간의 짧은 발효시간으로 구조적인 측면만 생각하는 발효가 일반적이지만 사전발효(pre-ferment)라는 기술을 사용하면 훨씬 더 산미와 풍미가 좋은 빵을 만들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비가(biga)라는 사전발효반죽을 사용하고 보통 물은 밀가루 양의 60~70%정도를 사용하고 실온 20도정도 에서 12~14시간정도(최소 4시간) 1차 숙성시키면 젖산균과 박테리아에 의해 알코올향이 배어 나온다. 비가의 사용량은 본반죽의 4배부터 같은 비율까지 다양하게 쓰이는 데 빵의 어시(earthy)한 풍미를 느끼고 싶다면 반죽이 조금 질더라도 4배의 비가 반죽을 만들어 보자! 다음으로 프랑스 제빵에서 사용되는 풀리쉬(poolish), 폴란드 출신의 제빵사가 프랑스에 전해져서 생긴 이름이다. 위의 비가처럼 풀리쉬도 빵의 풍미를 높이는 사전반죽으로 물은 밀가루와 동량을 넣어서 12~14시간 정도 발효시킨다. 풀리쉬의 사용량은 통상 본반죽의 밀가루와 동량을 사용하는데 그 결과물은 버터 그리고 고소한 견과류의 풍미가 난다. 마지막으로 이스트가 전혀 들어가지 않고 물과 밀가루만으로 만든 천연발효반죽의 르뱅(Levain)은 우리가 흔히 듣는 사워도우(sourdough)다. 르뱅 발효종을 만들 때는 발효종이 활성화되고 안정되기까지 5일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꾸준히 르뱅 발효종에게 먹이를 주어야 한다. 천연효모와 박테리아들 만으로 발효된 빵은 정말 매력이 넘친다.
일반 가정에서는 사전 발효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으나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스테레이트법으로 간단하게 빵 만드는 법을 알아보자! 먼저 강력분 500g 과 미지근한 물(33~34도) 360g을 넣어 섞고 20분 정도 두는데 이 과정을 오토리즈(autolyze)라고 하고 빵을 만드는 첫 번째 단계로 밀가루가 물을 완전히 흡수하기 위함이다. 소금 11g과 드라이이스트 2g을 넣고 반죽을 하는데 이때 주의할 점은 소금 위에 이스트를 놓으면 죽기 때문에 분리 시켜 위치해 둔다. 만일 생이스트가 있다면 드라이이스트의 2배~3배 사이 정도 넣어주면 된다. 업장에서는 반죽기계가 있어서 글루텐(밀가루의 뼈?)이 형성될 때까지 돌려주면 되는데 없다면 손으로 해주면 된다. 반죽을 반죽이 덮듯이 폴딩하면서 반복해 주는데 5분정도(시간이 지나면 반죽온도가 떨어짐) 탱탱해질 때까지 반죽한다. 21도 정도의 실온에서 1차 발효를 해주는데 4시간~4시간30분 정도가 적당하다. 발효시에도 두번 정도의 폴딩을 해주는 것이 좋고 1차발효가 끝나기 1시간 전에는 폴딩하지 말고 그냥 두어야 한다. 1차발효의 끝은 3배 정도 부풀었을 때고 시간은 그저 참고자료로만 쓰고 본인의 눈과 느낌을 더 믿자! 다만 너무 빨리 발효되었거나 너무 늦게 발효되었다면 온도와 이스트양을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적당한 크기로 분할 한 후 동그랗고 매끈하게 중간발효를 15분정도 거치고 모양을 잡아 1시간정도의 2차발효과정을 거친다. 주의할 점은 과발효되면 빵의 부피가 꺼져버려 빵다운 모양이 안 나온다. 2차발효 시작할 때 오븐을 켜고 온도를 190도에 맞춘다. 크기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30~40분 정도 구우면 완성된다. 마지막으로 식힘망 위에 올리고 적어도 20분 정도 식힌 다음에 빵을 자르면 된다.
새벽 무렵 오븐 앞에 위치한 빵집 매대에서는 전통 가마솥에 정성 들여 지은 하얀 밥을 대하는 듯 금방 꺼낸 따끈한 빵들이 온기를 뿜어낸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빵, 크로와상(croissant)의 결을 접는 과정하며 매장 전체에 가득 찬 고소한 버터냄새, 잘 구워진 빵을 크게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들려오는 바삭한 소리, 그리고 죽은 자를 위로하기 위해 팔을 가슴팍에 꼬고 기도를 올리는 수도승의 모습을 본뜬 독일의 프레첼, 그리고 미국 뉴욕에서 만나는 아침식사 베이글 등… 예전에는 만나기 힘들었던 세계 각국의 특색 있는 빵을 집 앞 빵집에서도 만날 수 있다. 빵은 세계적으로 역사와 문화를 막론하고, 가장 넓은 음식 문화에 공통분모로 사용되고있으며 그 종류나 이름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문화에서 공통점을 찾는다는 것은 항상 재미있는 일이고, 또 그 안에서의 다른 점의 발견은 더욱 재미를 더 해주는 일이 아닐까 한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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