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전문가들이 국회에서 표류 중인 ‘해양교육·문화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한 목소리를 냈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해양문화포럼 정책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해양교육·문화 활성화법 제정과 한국해양문화재단(가칭) 설립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변하고 있는 환경 변화에 발맞춘 제도를 쏟아내 국민이 해양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고 교육 확대와 콘텐츠 개발에 힘써 궁극적으로 해양강국을 실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양교육 만족도 49%…미중일과는 상반된 행보
현재 우리나라 초·중·고 교과 과정에는 해양교육이 전무한 데다 자유학기제를 활용해 단편적인 교육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공공기관의 사회해양교육도 일부 기관의 정부대행사업 등으로 실시되고 있는 등 해양교육이 사회 전반적으로 미흡한 실정이다.
반면 미국은 시민을 대상으로 해양적인 소양을 갖추고 있으며, 일본은 해양 공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해양 굴기에 나서며 세계 최대 규모의 박물관을 개관한 중국 역시 학교 교과과정에 해양교육을 포함시키며 우리나라와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세월호 사고, 낚싯배 전복 등으로 우리나라 국민이 해양을 바라보는 인식은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10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국민 36%만 바다가 안전하다고 응답했으며, 해양교육 만족도 또한 49%에 불과했다. 해양을 외면하고 있는 국민의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서라도 체계화된 교육과정 도입이 시급해 보이는 대목이다.
이날 열린 ‘해양교육·문화 활성화법 제정과 필요성’ 공청회에서 주제발표를 진행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최재선 박사는 국민의 해양 인식 제고를 위해 체계적인 해양교육 시스템과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른 신규 문화사업 발굴·실용화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률안 주요 내용 (자료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
최 박사는 이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현재 국회에서 공전 중인 ‘해양교육 및 해양문화 활성화 법’ 제정을 주문했다. 제5장 본문 28개 조문으로 구성될 이 법에는 해양교육 및 해양문화 활성화 계획 수립(5년 주기)과 해양교육센터 지정, 교육전문기관 지정, 한국해양문화재단 설립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더불어 최 박사는 한국해양재단 승계를 전제로 하는 한국해양문화재단(가칭)이 설립돼야 해양강국을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구상한 재단 조직은 이사회 및 이사장 산하에 사무국과 5개팀(해양문화팀·조사통계팀·기획운영팀·해양교육팀·해양교육문화정보센터) 등 총 25명으로 구성된다. 재단 설립 시 시설·운영 예산은 국가 지자체에서 출연·보조 등으로 지원된다.
최 박사는 이와 별도로 연구원을 설치해 해양교육문화에 대한 연구 수요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향후 추가 검토사항으로 해양인재 양성(교육), 해양 창업(채용), 해양관광 정보(여행), 해양 아카이브(자료), 해양수산 이벤트(행사), 해양수산 통계(통계) 등을 한 데 어우를 수 있는 ‘국가 해양정보서비스 플랫폼’이 구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수부, 해양교육·문화 활성화 로드맵 마련
해양교육·문화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도 제시됐다. 해양수산부는 현재 추진 중인 법안 제정과는 별도로 중장기 전략이 담긴 로드맵을 구성·추진해 해양강국 실현에 시동을 걸겠다는 목표다.
해양수산부 정재관 사무관은 해양문화 확대를 위한 ‘6대 권역별 문화·인프라’ 구축 및 다양한 해양문화 체험 프로그램 개발 등을 그동안 이뤄낸 성과로 꼽았다.
다만 그는 법적·제도적 기반이 구축되지 못해 조직·기관 간 유기적 연계를 통한 추진 체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해양교육에 대한 중장기정책의 부재 및 교육과정과 연계성 부족으로 해양교육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정 사무관은 중장기 비전으로 해양의 가치를 높이는 해양 교육·문화 창조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4대 전략으로 ▲해양교육·문화 제도적 기반 확대 ▲해양교육·문화 인프라 및 콘텐츠 개발 ▲해양문화 지원 및 프로그램 확대 ▲해양교육 활성화 지원체계 구축 등을 꼽았다.
이날 참석자들은 우리나라가 해양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올해 4월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해양교육 및 해양문화 활성화 법안’ 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아울러 해양 정책을 총괄할 ‘국가해양전략위원회’ 설립도 여전히 논의 단계에 있는 실정이다.
이날 해양문화포럼 대표위원에서 물러난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늘 개최되는 공청회가 막힌 활로를 틔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저 역시 퇴역이 아닌 한명의 선원으로서 포럼 발전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김한정 의원으로부터 포럼 대표 바통을 이어받은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장 먼저 재정안 국회 통과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해양문화포럼이 해양강국 대한민국을 이루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MI 양창호 원장은 “법률이 제정되면 국민의 해양소양이 증진되고 우리 해양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데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다시 해양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은 물론 우리 경제를 강한 경제로 탈바꿈하는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도 해양문화 교육 활성화를 위한 조언도 쏟아져 나왔다. 한국해양대학교 김태만 교수는 “우리나라는 각 기관 교육과정이 산만히 분산돼 체계화가 안 된 반면, 중국은 초중고 교과과정에 필수교재가 만들어져 있다”며 “산발적인 해양교육·문화 관련 기관을 네트워크할 수 있는 총괄적인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해양재단 최명범 사무총장은 “모든 학교가 해양교육을 받는 초연결 교육망 구축이 필요하다”며 “학교마다 전담 교사를 배치해 해양교육 마인드를 꾸준히 기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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