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하반기 이후 회복 기미를 보이던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시장이 2020년까지 가시밭길을 걸을 거란 전망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올해 1월 브라질에서 발생한 댐 붕괴 사고로 철광석 생산량이 줄어드는 데다 상당수의 신조선이 인도되며 시황에 찬물을 끼얹을 거란 분석이다.
다만 댐 붕괴 사고가 장기운송계약에 치중하는 국내 해운사들에게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란 판단이다.
케이프시장 2020년까지 ‘가시밭길’
브라질 댐 붕괴사고는 광산업체인 발레의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며 벌크선 해운 수요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수출입은행 양종서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이슈보고서를 통해 케이프시장은 2020년까지 전망이 어두운 반면, 파나막스급 이하 중소형은 2020년부터 시황이 반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케이프시장은 폐선이 어느 정도 이뤄지며 시황 회복이 기대되지만 물동량 증가율이 둔화되는 데다 선복량 증가가 예상돼 당분간은 어려운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케이프의 올해 해상운송 수요는 철광석이 전년 대비 1% 이하 소폭의 감소가 예상되며, 2020년에도 전년 대비 증가율이 1~2% 수준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양 연구원은 이러한 상황에서 선박 폐선의 흐름에 대해 주목했다. 2019~2020년 시황하락으로 스폿시장에서 운항되고 있는 케이프 선박 대다수가 적자 수준의 수익성을 기록하면서 폐선도 크게 늘어날 거란 전망이다.
또한 댐 사고 여파에 따른 철광석 가격 상승으로 철강재가격이 오른다는 점에서 폐선 가격이 추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폐선 활성화에 무게를 뒀다. 게다가 평형수처리장치 설치가 이뤄지지 않아 황산화물(SOx) 규제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선박들이 대부분이라 추가투자보다는 폐선을 선택할 거란 시각이다. 양 연구원은 “폐선이 2020년까지 신규 인도될 선복보다도 많이 이뤄져 시황 악화를 일정 수준에서 막을 수 있는 제동장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양 연구원은 파나막스급 이하 시장은 댐 붕괴 사고보다는 선복량 증가가 시황 회복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았다. 2015년 이후 발주된 선박들이 올해 인도되며 선복량 증가율은 3~4%로 수요인 2%대를 초과해 시황개선이 지연될 거란 설명이다.
다만 올해까지는 신조선 인도가 활발히 이뤄지겠지만 내년부터는 다소 감소해 시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양 연구원은 말했다. 댐 사고 영향으로 케이프들이 파나막스시장에서 영업을 벌이고 있지만 이에 대한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年 철광석 4000만t 생산차질 예상
올해 1월 발레가 소유한 광산에서 발생한 댐 붕괴 여파는 예상을 뒤엎는 수준이다. 사고 직후 발레가 운영 중인 상류형 광미댐 10개를 해체한다고 발표, 약 4000만t의 생산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댐 사고로 올해 1월 1262로 시작한 건화물선 운임지수(BDI)는 2월 중순 595까지 하락했고 3월 중순에도 650 안팎에 머물렀다. 양 연구원은 “BDI의 과도한 하락흐름은 브라질 철광석 교역 감소에 의한 대형선형인 케이프의 부진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댐 사고는 약 2년에 걸쳐 철광석 교역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는 “댐 사고 영향에 의한 생산차질 물량은 약 3년여에 걸쳐 회복되겠지만 호주 칠레 등의 생산능력 증가로 실제 교역에 미치는 2020년까지 약 2년 정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 해운사 피해 크지 않다”
양 연구원은 댐 붕괴 사고가 국내 해운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케이프사이즈나 초대형광석운반선을 운영 중인 우리나라 주요 선사들은 중국이나 국내 대형화주에 대한 장기운송계약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 연구원은 “10% 이상의 생산차질을 빚게 될 발레도 장기운송계약 선박에 절반 이상의 물량을 배정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물량들을 장기계약 선박에 우선 배정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국내 해운사들의 피해는 거의 없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스폿시장에서 영업을 벌이고 있는 선박들은 2020년까지 수익성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스폿시장의 대형선박은 상황을 주시하고 다각도로 대응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양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는 “2016년을 전후해 저가의 중고선 매입 등을 통해 스폿시장에서 영업 중인 선박들이 존재한다”며 “2020년까지 수익성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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