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사 코스코의 홍콩계 OOCL 인수가 확정되면서 롱비치컨테이너터미널(LBCT) 매각에 귀추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LBCT 인수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선사-터미널 간 부두이용계약이 지난해 다 마무리된 데다 미·중 무역분쟁도 위험 요소로 작용하면서 매물로서의 매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코스코는 지난 8일 미국 대미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국가 안보상 문제 없음” 결정으로 OOCL 인수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했다. 코스코와 OOCL은 미국국토안보부 법무부와 “LBCT 소유권을 제3자에게 넘긴다”는 내용의 안전보장협정을 체결했다. OOCL의 모회사인 OOIL은 지난 2012년 40년 기한의 터미널 운영권을 확보하고 롱비치항의 미들하버 재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코스코는 당초 LBCT 운영권을 포함한 OOCL 인수를 6월 말까지 끝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CFIUS가 중국 국영기업의 국가기간시설 인수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인수절차는 차질을 빚었다. 결국 코스코는 LBCT 운영권을 제3자에 매각하는 조건을 내걸어 승인을 받아냈다. 터미널 소유권은 안전보장협정에 따라 1년간 제3의 미국 자본에 위탁되며 코스코는 그 기간 동안 새로운 주인을 찾을 방침이다.
최첨단 자동화 컨테이너 터미널인 LBCT는 내년까지 개발이 완료되면 연간 처리 능력이 300만TEU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터미널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스엔젤레스(LA)·롱비치항에는 LBCT를 포함한 총 13개의 터미널이 경쟁하고 있다. 선사 얼라이언스들은 지난해 기존 거래 터미널과 장기 계약 체결을 맺은 상황이다. OOCL을 인수한 코스코가 LBCT를 떠날 경우 자칫 개점 휴업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코스코는 차이나쉬핑으로부터 승계받은 LA항의 웨스트베이슨컨테이너터미널과 프랑스 CMA CGM 미국 SSA와 공동 운영하는 퍼시픽컨테이너터미널이 있어 LBCT를 욕심낼 이유가 없다.
무역분쟁도 LBCT의 앞날에 먹구름이 될 가능성이 크다. 통상 갈등으로 수익이 감소하거나 북미 동안과 프린스루퍼트 등 캐나다로 물동량이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기업들이 거래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SSA 포츠아메리카(Ports America) 등 미국 부두운영사들은 이미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에 투자하고 있어 추가 부두 인수 필요성이 크지 않고 PSA DP월드 등 글로벌 부두운영사들은 코스코처럼 ‘안보’ 이슈가 터미널 인수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다만 배당수익을 원하는 연금과 인프라 펀드에서 공동으로 터미널 운영권을 인수할 여지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터키계 기업인 일디림그룹은 최근 북미지역에서의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어 적극적으로 투자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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