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이름에서 ‘관리’를 떼고 새출발에 나서는 해양환경공단이 올해 공익성과 사회가치 실현에 사업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박승기 공단 이사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전략목표를 지속가능 창출과 공적가치 강화로 정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예선사업의 공익성 확대는 큰 관심사다.
공단의 예선사업은 민간기업과 경쟁하는 구조라 논란을 종종 불러왔다. 공단은 국가필수해운제도 도입에 맞춰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항만 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공단 예선을 적극 활용하는 등 공적역할 확대로 민간기업과 차별화에 나선다. 또 예선과 기중기선을 활용해 구조와 구난 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다.
“예선을 전쟁이나 천재지변 파업 등 항만기능에 중대한 장애가 생겼을 때 즉시 투입해 국가 물류대란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또 좌초나 사고를 당한 선박의 구난과 인명 구조에도 적극 활용하려고 해요. 지난해 구조·구난 18건, 항행장애물 제거 65건 등 공단에 소속된 예선이 공적 활동에서 큰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표류 중인 여객선에서 승객 49명을 구조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박 이사장은 이어 지속가능한 해양환경을 만들기 위해 해양생태계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복원 역량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단은 우리나라 바다를 2개 해역으로 나눠 2년마다 기본 조사를 실시한다. 홀수연도엔 서해와 남해서부, 짝수연도엔 동해와 남해동부 제주도의 미생물과 저서생물 플랑크톤 해조류 등을 조사한다는 청사진이다.
별도로 우리나라의 해수온도가 상승하고 있는 점에 착안해 중요해역 273곳을 대상으로 아열대화, 바닷새 서식지 등을 1년에 네 차례 조사할 예정이다. 해파리와 강화도 연안 갯끈풀 등 유해 해양생물 제거 사업도 주요 사업 중 하나다.
공단은 전국 해파리 폴립 분포도를 기반으로 송도 LNG(액화천연가스) 인수기지와 평택항, 충남 당진항 접안시설 3곳을 폴립 밀집지역으로 지정하고 제거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 탐색 결과 2000만개 이상의 폴립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양생물 서식지 복원사업도 중점 추진된다. 백령도의 점박이 물범 수를 회복하기 위해 18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9월까지 650㎡ 규모의 인공 휴식지를 조성하고 독도 해양생태계 개선을 위해 갯녹음(바다 사막화) 확산을 막고 해조숲 복원을 추진한다. 또 갯벌 복원을 위해 전국에 해양보호구역 6곳을 지정했다. 순천만 대이작도 오륙도 3곳이 재지정됐고 대부도 조도 서천이 새롭게 지정됐다.
“백령도에 연석을 활용한 큰돌 쌓기 공법으로 휴식지를 만들어 물범들이 쉴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수면 아래 암반은 어패류나 해조류 같은 수산자원 서식지로 활용됩니다. 독도에선 갯녹음이 늘어나는 걸 막기 위해 원인 생물인 성게 수거에 나설 예정입니다. 천적생물인 돌돔을 방류하는 사업도 검토하고 있어요. 아울러 수산자원관리공단과 협조해 해조류를 이식해 해조숲을 조성하려고 합니다.”
EEZ 골재 채취 단지 관리 맡아
박 이사장은 신성장동력 확보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단은 올해 배타적경제수역(EEZ) 모래 채취단지 관리사업을 수자원공사로부터 넘겨받는다. 상반기 남해 EEZ 모래 채취 단지 관리권을 이관하는 데 이어 올해 하반기엔 서해쪽 EEZ에서도 모래 채취 지역 관리를 맡을 예정이다. 공단은 이들 단지의 친환경 운영을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공적가치 강화 전략엔 지능형 해양방제 시스템 구축도 포함됐다. 공단은 지난달부터 8개 무역항에서 무인비행장치인 드론을 활용해 해양 부유 쓰레기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청항선을 활용한 기존 방식은 관리지역에 비해 동원 가능한 선박이 부족한 데다 수심이 낮은 해역엔 청항선이 접근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5개월 동안 제주 서귀포 해역에서 드론을 시범운영해 청항선이 닿지 못했던 저수심 해역에서 해양쓰레기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효과를 봤습니다. 드론을 활용한 해양 모니터링은 청항선에 비해 시간을 반으로 줄이고 유류비용도 연간 1억여원 가량 절감시킬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공단은 760억원을 투자해 악천후에도 방제가 가능한 5000t급 다목적 대형방제선을 신조할 계획이다. 신조선은 평상시엔 준설사업을 통한 운영비 조달과 대형부유쓰레기 수거 사업에 투입되다 대규모 해양오염사고가 발생할 경우 방제작업에 즉시 투입될 수 있도록 설계된다. “현재 설계와 건조단계 의사결정을 위해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내년 3분기에 조선소를 선정하고 신조에 착수해 2021년 말 인도받아 현장에 투입할 계획입니다.”
박 이사장은 조직 개편 소식도 전했다. 공단은 6월27일부로 보전본부 방제본부 사업본부 등의 사업조직을 확대하고 지원조직인 기획관리 부문을 슬림화했다. 4본부 3실 22팀의 본부 조직이 4본부 2실 25팀(센터)으로 바뀌었다.
해양사업본부가 지원사업본부로 명칭을 바꿨고 정책협력실이 폐지됐다. 대신 이사장 직속의 미래성장팀과 홍보팀이 신설됐다. 경영관리본부 해양보전본부 해양방제본부 기획조정실은 전과 같다. 소속기관은 1원 3팀 12개 지사 체제가 유지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적인 조직 운영으로 사업역량을 강화한다는 포석이다.
“미래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사업화 하려면 관련 조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 조직 개편을 했습니다. 공기관의 사회가치 실현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조직 내 반부패 청렴문화를 확산하고 감사업무의 전문성 강화에도 역점을 둘 예정입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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