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수렁에 빠진 국내 중견조선사들의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비용 줄이기에 나섰지만 아직도 영업적자를 보이고 있는 조선사들이 상당하다.
매출 하락세도 두드러진다.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한진중공업 대선조선 STX조선해양 등 국내 주요 중견선사들의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분기 대비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감절벽에 허덕이고 있는 조선사들은 2018~2019년 이후에나 업황이 좋아져 영업이익흑자를 시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조조정으로 영업손실 줄여
최근 러시아 해운사로부터 유조선을 추가 수주하며 일감을 늘린 현대삼호중공업의 3분기 외형과 내실은 동반 하락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의 매출액은 7253억원으로 전년 8515억원과 비교해 14.8%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52.9% 50.5% 급감한 371억원 277억원을 거뒀다.
올해 상반기 전년 대비 수주량을 크게 늘린 현대미포조선은 중견조선사들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 증가를 시현했다. 다만 과거 조선시장 호황 시기와 비교하면 실적이 개선되지 않았고, 본격적인 회복 시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현대미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00억원 1568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각각 6.1% 355.8% 증가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7874억원에서 올해 5145억원으로 34.6% 후퇴했다. 현대미포조선의 매출액이 감소한 원인은 2015~2016년 수주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생산계획을 줄였기 때문에 매출액이 감소했다는 게 현대미포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64척의 선박 건조를 목표했던 현대미포는 올해 41척으로 생산량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최근 산업은행으로부터 선박 7척에 대한 RG(선수금환급보증)을 받으며 숨통을 틔운 STX조선해양은 영업손실 폭을 크게 줄였다. 이 조선사의 3분기 영업이익은 -242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1034억원에서 적자폭을 축소했다. 순이익 역시 -850억원에서 -743억원으로 적자폭을 줄였다. 매출액은 454억원으로 전년 동기 877억원 대비 48.2% 감소했다.
STX조선은 인력 구조조정과 인건비 절감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며 재무구조 개선에 한창이다. 올 연말엔 또다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자구노력을 진행한다. 이번 감원을 거치면 직원수가 1000명 안팎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013년 3500여명에 달했던 회사 직원이 4년 만에 2500명이 회사를 떠나는 셈이다. STX조선은 구조조정 진행과 더불어 향후 조선 업황이 좋아진다면 2019년부터 안정적인 영업이익 시현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주 선종 다각화로 일감절벽에 대응하고 있는 대선조선도 영업 손실을 크게 줄였다. 대선조선의 3분기 영업이익은 -103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254억원에 견줘 손실 폭을 줄였다. 순이익은 -1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매출액 역시 전년 대비 11.9% 감소한 186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감소 배경에 대해 대선조선 측은 “선박 사이즈가 줄어들고 주로 발주됐던 탱크선의 수주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 증가는 인력 구조조정 등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선사는 올 들어 동원산업, 하이펑국제해운(SITC), 한일고속, GS칼텍스 등 국내외 선주들로부터 참치선망선, 연안여객선, 컨테이너선, 화학제품운반선 등을 줄줄이 수주했다. 대선조선 측은 선박 인도가 대부분 완료되고 업황이 회복되는 2019년을 겨냥해 영업흑자를 노리고 있다.
한진중공업의 조선부문 영업이익은 -270억원으로 1년 전 -305억원에서 적자를 줄였다. 반면 매출액은 2158억원으로 전년 4309억원 대비 49.9% 후퇴했다.
조선사들은 2015~2016년 수주량 저조가 올해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올해 수주량이 전년 대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시황이 회복되려면 상당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게 조선사들의 전망이다.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STX조선해양 등은 2000년대 후반 4조원에 달하는 연매출을 올릴 정도로 선주들과의 건조계약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2014년 들어 수주량 급감과 건조단가 경쟁으로 조선사들의 실적은 크게 악화됐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실제 국내 선박 수주량은 2013년 1840만CGT(수정환산톤수)에서 2015년 1070만CGT로 곤두박질 쳤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바닥친 조선 업황이 이제 겨우 올라가는 수준”이라며 “조선사들의 상황이 그나마 조금 나아진 걸로 보일 수 있지만 과거 호황기를 따라가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수주잔량 감소 속도 둔화
올해 하반기 국내 중형조선소의 수주량은 2분기의 양호한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수주는 중소형 탱크선 2척과 피더 컨테이너선 6척 등 총 8척에 그쳤다. 19척을 수주한 2분기와 비교해 크게 감소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3분기 누적 수주량은 전년 대비 302.6% 폭증한 57만CGT로 집계됐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증가폭이 큰 것은 전년도의 극심한 수주부진에 의한 기저효과이며 아직까지 본격적인 회복국면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3분기 누적 수주량은 국내 중형조선 필요일감의 약 50%로 추정된다.
중형조선사들의 수주잔량은 올해 3분기에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3분기 말 현재 수주잔량은 113만CGT로 전분기 대비 7.7% 감소했다. 수주잔량 감소 속도는 둔화됐지만 일감은 1년치가 채 남지 않았다. 일감이 얼마 남지 않다보니 저가 수주 공세를 펼치는 조선사들의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단가 후려치기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이 RG를 조선사에 발급하고 있어 저가 수주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조선사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저가 계약은 피해야 국내 조선시장이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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