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사고를 계기로 우리나라에도 나용선 등록제도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려대학교 김인현 교수는 최근 고려대 CJ법학관에서 열린 23회 선조건조금융법 연구회에서 나용선(선체용선)에 일괄적으로 우리나라의 선박 안전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스텔라데이지>호의 국적은 편의치적국으로 잘 알려진 마셜제도공화국이다. 그동안 편의치적선은 해사안전에 대한 규정이나 점검의 수준이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 교수는 나용선등록제도를 도입, 해외 편의치적국에 등록된 선박이 선체용선된 기간 동안은 우리나라에도 등록하게 해 그 나라의 선박 안전법을 포괄적으로 적용받게 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한국 선원이 승선하는 경우 선원의 과실에 대해 우리나라 해양안전심판원이 개입해 심판하고 징계를 하도록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그는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해사안전법 개정안'과 관련, 선원 채용관련 용선자에게만 보고의무를 부과하는 게 맞고, 항해용선자나 정기용선자에게는 이런 의무를 부과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지난달 발의한 개정안에는 해양사고가 일어났을 때 선장이나 선박 소유자뿐만 아니라 선박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대여해 운항 사업을 하는 자에게도 사고 발생 신고 의무를 부여하도록 규정한 내용이 담겼다.
김 교수는 "박 의원의 개정안에는 찬성하지만 신고의무자는 모든 대여운항자가 되서는 안되며, 선원을 고용하고 관리감독하는 선박소유자나 선체용선자만 그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연구회에서는 <스텔라데이지>호의 침몰 원인을 놓고 여러 가능성을 점쳤다. 김 교수는 선박의 침몰 원인으로 액상화, 선박 노후화, 선적작업 시 무리한 선적 등을 꼽았다. 이미 종강도를 보강했기 때문에 VLCC(초대형유조선)에서 VLOC(초대형광석선)로 선박을 개조한 건 사고의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교수는 시간당 1만6000t 규모에 달하는 화물이 빠른 시간 안에 한쪽에 실렸다면 이것도 하나의 사고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난 2013년 인도양에서 두동강나는 사고를 입은 8000TEU급 <엠오엘컴퍼트>호의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정부와 조선소, 선급이 커뮤니티를 만들어 사고 원인 파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진행된 발표에서 GS 김의중 사내변호사는 2014년 12월 성동조선해양에서 발생한 선박 화재사고에 대해 발표했다. 성동조선은 당시 참치어망선의 9호선 중 마지막 선박을 건조 중이었다. 건조를 사실상 마무리 짓는 시점에 화재가 발생해 보험금 지급을 둘러싸고 보험사와 소송전을 벌였다. 성동조선은 보험사에 전손(전부손실) 처리할 것을 요구하며 보험금 250억원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부분손실이라며 거절해 마찰을 빚었다.
김 변호사 주장에 따르면 당시 화재 피해를 입은 선박은 참치어망선 특성상 단열재가 많아 전손 처리가 불가피했다. 재작업을 벌이면 화재가 다시 발생할 수 있어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사용가능한 건 다시 쓰고, 못쓰는 부분은 버려야 한다는 보험사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결과적으로 전손 보험금의 280억원에서 220억원으로 합의해 건조자는 보험자와의 분쟁을 해결했다. 잔존물도 건조자가 소유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건조자는 차후 잔존물을 제3자에게 매각했다. 결국 건조자와 발주자 사이에는 건조계약이 취소돼 건조자는 재건조 의무에서 벗어나게 됐다. 발주자 역시 선수금을 환급받게 됐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김영민 마샬아일랜드 한국소장, 임종식 인도선급 한국소장, 이석행 시마스터 사장, 주강석 장금상선 상무, 이근식 대우로지스틱스 이사, 권오정 삼성화재 부장, 이종덕 삼성SDS 부장, 나우경 폴라리스 부장, 김찬영 고려해운 차장, 강동화 김앤장 전문위원 등이 참석했다.
시마스터 이석행 사장은 연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 교수는 이 사장에 자신이 최근 펴낸 'Transport Law in South Korea'를 증정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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