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항로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비정상적인 해운시황으로 몸살을 앓았던 선사들이 운임을 끌어올린 덕에 어두웠던 동남아시장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 지난달 선사들은 호찌민과 방콕, 자카르타행 화물에 대해 대대적으로 운임인상(GRI)을 실시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20피트 컨테이너(TEU)당 약 90~150달러의 운임을 화주들에게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들은 올 상반기 내에 또 한 차례 GRI를 실시해 운임회복 고삐를 바짝 당기겠다는 의도다. 자카르타 방콕 호찌민 하이퐁 등으로 보내지는 컨테이너 화물이 공략 대상이다. 선사 관계자는 “아직 어느 정도의 운임을 인상할지 결정된 건 없지만, 향후 운임 추이를 고려해 인상폭을 적용할 예정”이라며 “저운임 악재를 털어내기 위한 선사들의 의지가 강해 회복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운임 회복에 주력한 선사들이지만 ‘운임 정상화’ 단계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항로의 해상운임은 3년 전과 비교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선사들의 화물유치 경쟁이 뜨거워지며 비정상적인 운임으로 거래가 진행됐다. 한국선주협회는 이달 말 취항선사들을 대상으로 운임 감사를 실시한다. 이번 감사는 운임공표제 준수 여부 등의 실태를 파악해 무분별한 덤핑 운임을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진행된다.
연초부터 동남아항로 해상운임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차츰 물량이 증가하는 시기라 운임도 덩달아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상하이항운교역소(SSE)에 따르면 3월10일자 상하이-싱가포르의 해상운임은 TEU당 113달러로 한달 전과 비교해 상승했다.
SM상선과 ‘HMM+K2 컨소시엄’의 행보도 동남아 취항선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SM상선은 이달 호찌민과 방콕을 연결하는 컨테이너선 서비스를 시작으로 하이퐁, 서인도 노선을 잇달아 열었다. 현대상선 흥아해운 장금상선이 전략적 협력을 위해 결성한 ‘HMM + K2’ 컨소시엄도 지난 1일 정식 출범과 함께 선복교환 협력을 시작했다.
통상 동남아항로는 3~4월에 가장 많은 물동량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으로 향하는 컨테이너 화물이 지난해외 비교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사 관계자는 “3월 들어 물량이 증가하고 있어 선사들의 평균 소석률이 전반적으로 높아졌을 것”이라며 “4월까지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도 동남아 항만의 인프라 개발이 계속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마닐라 정부가 중국에 투자를 요청함으로써 세부항이 조만간 개발에 들어간다. 중국은 총 60개국 대상으로 9000억달러를 투자, 마닐라, 세부, 다바오 지역에 인프라 투자를 계획 중이다. 항만투자 부분에서도 필리핀과 중국은 협력관계를 맺었다. 마닐라 국제 터미널 운영사인 ICTSI와 중국은 합작투자를 통해 온두라스 꼬르떼스항 확장 사업 1단계를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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