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항로는 비수기 시황이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되면서 다가올 성수기 기대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 항로 취항선사들은 올해 1기(1~2월) 선적상한선(실링) 92.5%를 모두 소화했다고 전했다. 1~2월은 일본의 신정 연휴와 우리나라 설날 연휴 여파로 전통적으로 물동량이 급감하는 시기다. 1년 전엔 실링을 한껏 조여 82%까지 낮춘 바 있다.
올해는 사정이 사뭇 달랐다. 일본이 과거와 달리 연휴가 짧았고 물동량 흐름도 견실해 지난해보다 10%포인트 이상 실링을 완화했음에도 선복을 모두 채울 수 있었다. 선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1~2월은 수요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시기지만 올해는 평균은 한 것 같다”며 “대부분의 선사들이 비교적 높은 수준의 실링을 빠듯하게나마 달성했다”고 말했다.
취항선사들은 차기(3~4월) 실링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1기보다 7%포인트 가량 높은 99%다. 3~4월이 한일항로 성수기란 점을 반영했다고 하지만 다소 공격적인 결정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포인트 높다.
선사들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건 한국근해수송협의회(한근협)에 가입해 있지 않은 외국선사 견제 차원으로 풀이된다. 운임공표제 도입으로 운임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실링을 보수적으로 정할 경우 나머지 물동량이 맹외(盟外) 선사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다.
연간 수송실적은 1.8%의 성장률을 보였다. 2015년 179만3852TEU에서 지난해 182만5986TEU로 3만2134TEU 늘어났다. 수출화물은 2.7% 늘어난 103만7233TEU, 수입화물은 0.7% 늘어난 78만8753TEU였다. 수출입 비율은 57 대 43으로, 2015년의 56 대 44에서 격차가 확대됐다.
로컬화물(직교역화물)은 1% 늘어난 72만6095TEU를 기록했다. 로컬 수출은 0.9% 늘어난 38만1134TEU, 수입화물은 1.1% 늘어난 34만4961TEU였다. 3국간 환적화물은 6.9% 늘어난 77만7121TEU였다. 수출 48만8903TEU, 수입 28만8218TEU로 각각 8.3% 4.6%의 성장곡선을 그렸다. 원양선사가 고객인 피더화물은 32만2770TEU로 7.2% 감소했다. 피더 수출이 7.8%, 피더 수입이 6.7% 각각 줄어들었다.
운임은 도쿄·요코하마·오사카·고베 등 실링제도가 시행 중인 지역의 경우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15달러가 유지되고 있다. 반면 피더운임은 화물 약세로 하락 추세다. 한근협은 피더 시장 상황이 악화되자 감사를 진행하는 등 피더운임 지키기에 나선 상황이다.
한편 한진해운을 승계한 SM상선이 4월부터 한일항로에서 정기선서비스를 취항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SM상선은 도쿄에 일본지사를 설치하고 강대영 지사장을 임명했다. 4월 상순께 1000TEU급 1척이 우리나라와 도쿄 요코하마 고베를 취항하게 된다. 국내 기항지는 부산과 광양이 선정됐다. 한진해운과 유사한 서비스 형태로, 그동안 광양항에서 한진해운 부재로 반사이익을 향유했던 장금상선과 팬오션에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SM상선은 한근협 신청서도 조만간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선사들은 SM상선이 과거 한진해운이 그랬던 것처럼 선적 물량을 월간 900TEU 정도로 제한해주길 내심 바라고 있다. 하지만 SM상선이 원양항로 주력 선사가 아닌 까닭에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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