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항로가 새해를 맞았지만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양항로가 운임인상과 중국발 수요 증가로 들썩이고 있지만 한러항로는 물동량과 운임 모두 반등의 기미를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중앙아시아향 화물이 중국으로 돌아가면서 물동량이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선사들은 속을 태우고 있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이용한 독립국가연합(CIS)향 화물은 중국횡단철도(TCR)에 쏠리고 있다. 3년전 TCR 운임이 대폭 인상되면서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로 가는 일부 구간의 수출화물이 TSR로 넘어왔다. 한러항로 취항 선사들은 TSR로 전환된 수출화물이 새로운 활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가 침체로 접어들자 바로 루블화 폭락이란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 물량은 대폭 감소했다. 물량은 줄었지만 여전히 한러항로 선복의 일부분을 채워왔던 CIS향 화물은 최근 들어 다시 TCR로 돌아섰다. 중국철도청이 그 동안의 운임인상 계획을 철회하고 지난해부터 운임인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TCR 운임을 내리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TSR로 갈아탔던 화주들은 서서히 중국으로 CIS향 화물을 보내기 시작했고, 물동량 빈자리는 고스란히 선사들이 채워야 할 몫으로 떨어졌다.
1월 한러항로는 완연한 비수기에 들어서면서 더욱 어두운 분위기다. 1월 현재 한러 취항 선사들의 소석률(선복대비화물적재율)은 평년 수준의 30%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TSR 화물이 줄면서 이 수준은 더욱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소석률이 더 뒷걸음질치자 선사들은 화물유치를 위해 벌여왔던 출혈경쟁에서 벗어나 운임 올리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 2년간 겨우겨우 버텨왔지만 채산성 악화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르자 수익 챙기기에 돌입한 것이다. 2년 전만 해도 선사소유 컨테이너(COC) 기준 한국-블라디보스토크는 TEU당 725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100달러, 한국-보스토치니는 TEU당 600달러, FEU당 1000달러 수준을 보였지만 현재는 반 토막난 실정이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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