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항로 취항선사들은 연초부터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적재율)을 한껏 끌어올리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우리나라 설날과 중국 춘절에 발맞춰 밀어내기 물량이 크게 증가한 덕에 선사들은 100%에 가까운 소석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발발한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는 밀어내기 물량을 앞 다퉈 선적해야 하는 선사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진해운 침몰여파로 중동항로에는 올해 상반기까지 훈풍이 불어올 전망이다. 선사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빠진 틈을 선사들이 바로 메웠다”라며 “법정관리 특수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항로 취항선사들은 2월 초 블랭크 세일링(임시휴항)을 대대적으로 시행한다. 중국 춘절을 기점으로 선복량 조절을 통해 숨고르기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임시휴항을 앞두고 있는 한 선사 관계자는 “이번 임시휴항을 통해 약 20%의 선복이 빠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항로의 해상운임은 연초 들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한진해운 공백으로 이어진 해상운임 상승무드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1월13일 상하이항운거래소(SSE)가 발표한 상하이발 페르시안걸프·홍해항로 해상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637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에 비해 200달러 이상 상승했다. 한국발 해상운임은 지난달과 비교해 큰 변동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항로선사협의체(IRA)는 조만간 운임인상(GRI)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선사 관계자는 “1월 말이나 2월 초에 운임인상을 실시한다”라며 “소석률이 높은 상황에서 운임까지 끌어올려 시황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머스크라인은 이란의 부셰르항을 기항지에 추가, 중동항로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했다. 머스크는 이달 4일 3400TEU급 컨테이너선 <인터 시드니>호를 투입해 반다르아바스와 부셰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이 서비스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바레인 항만을 연결하는 노선이다.
머스크가 이란 서비스를 강화했지만, 선사들이 느끼는 이란 경제 제재 해제 체감도는 아직 높지 않은 실정이다. 이란 제재 해제가 1년을 맞았지만 시황개선에 큰 힘이 되고 있지 못하다는 게 선사들의 전언이다. 프로젝트화물, 석유화학제품, 건설장비 등을 중심으로 이란 수출길이 활짝 열리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코트라는 최근 열린 설명회를 통해 중동 주요 국가들의 경제 성장률을 전망했다. 코트라는 이란이 제재 해제로 4.5%를, 이집트와 터키가 가스전 발견과 정치적 안정을 이유로 각각 3.8% 3.3%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 UAE와 사우디는 비석유부문 호조와 저유가로 각각 2.3% 1.2%의 저성장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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