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제휴결합(얼라이언스)이 재편됨에 따라 국내 항만업계에도 지각변동의 바람이 불고 있다. 4대 선사 얼라이언스(2M O3 G6 CKYHE)는 올 4월께 3대 얼라이언스(2M+H 오션 디)로 재편된다. 선사 얼라이언스는 3개로 줄어들지만, 항로를 재편하고 기항지를 변경하는 등 협상력이 강화되면서 부산항 터미널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7 해양수산전망대회에서 얼라이언스 재편으로 선사들이 국내 주요 항만을 거치지 않아 환적 물동량의 이탈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대형 얼라이언스의 재편은 항만 산업에 비용 증가를 초래하고, 터미널 간 과당경쟁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KMI 김근섭 항만정책연구실장은 “터미널 업계는 선사 얼라이언스를 유치하기 위해 증심, 안벽 보강, 장비 교체 및 추가 투입 등 항만 투자 및 운영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며 “얼라이언스가 4개에서 3개로 재편되고 기항지 변경도 불가피해, 터미널 간 경쟁 심화로 선사 유치의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사들은 얼라이언스 재편 등의 노력으로 터미널 운영사들과의 협상력을 높이고 있지만, 기간시설인 항만은 인수합병(M&A) 외에는 큰 방법이 없어 빠른 대응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김 실장은 선사들의 공격적인 대응에 항만은 통합운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항만 물동량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고, 운영사간 과당경쟁으로 하역료가 경쟁적으로 인하돼 운영사들의 경영수지가 악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산북항의 신선대부두(CJ KBCT)와 감만부두(BIT)의 부분 통합을 예로 들며, “통합이 완벽하진 못했지만, 채산성이 악화된 운영사들이 통합으로 내실 다지기에 나서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며 “인천내항의 터미널 운영사 통합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평가했다.
해외 주요 항만들도 얼라이언스 재편에 대처하기 위해 항만 선석 터미널 운영사를 통합하고, 항만법을 개정했다. 세계적인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GTO)인 홍콩 허치슨은 중국 코스코가 오션얼라이언스에 참여함에 따라 홍콩항이 갖춘 16개 선석을 통합해 저렴한 요율로 물동량 유치에 나섰다. 일본은 정기선 3사 NYK MOL 케이라인이 컨테이너부문을 통합함에 따라 고베항 컨테이너터미널 3개를 통합할 예정이다.
벨기에 앤트워프항은 2M과 오션 얼라이언스 기항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운영사 보유 지분에 항만청(PA)의 출자가 가능하도록 항만법을 개정했다. 항만청의 자본 출자로 운영사의 재정을 건전화한다는 목적이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은 경영난을 겪는 터미널 운영사에게 국유대출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 얼라이언스를 유치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사의 하역요율 인하를 유인하고 있다.
김 실장은 항만업계의 건실한 성장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특히 인센티브 지원은 항만을 적극 이용하는 선사와 아닌 선사를 구별해 차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국내 항만을 기항하는 선사에게 동일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어 선사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인센티브가 없다.
'컨' 물동량 성장세, 얼라이언스 재편으로 꺾일 것
올해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해에 이어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세는 하향세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KMI 하태영 항만수요예측센터장은 “선사 얼라이언스 재편과 미국 트럼프 신정부의 보호무역주의로 교역량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 속에 물동량 증가세도 꺾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 센터장은 올해 우리나라 컨테이너 물동량이 전년대비 3.3% 증가한 2681만TEU(20피트 컨테이너)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부산항 환적 물동량 성장세가 얼라이언스 재편과 미국 중국 간 교역 둔화로 꺾일 전망이지만, 수출입 물동량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부산항 물동량이 2005만TEU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 센터장은 얼라이언스 재편으로 부산항 상위 20개 환적노선에서 연간 7만TEU 이상의 물동량이 이탈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오션얼라이언스는 공동 운항노선 40개와 일부 직항 노선을 견줘 볼 때 7만TEU의 환적 물동량 이탈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현대상선과 2M얼라이언스가 전략적 협력을 맺은 2M+H는 기존 노선에 현대상선이 합류해 물동량은 소폭 늘어날 전망이다. 디얼라이언스는 공동 운항노선이 31개에 달하지만, 직항 노선이 부족해 물량 이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항은 북미항로 활성화로 높은 성장률을 거둘 것으로 보이지만, 광양항은 수출입 물동량과 환적 물동량이 동반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항만공사 자치권 보장으로 매출다변화 노려야
항만공사의 자치권을 높여 매출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근섭 연구실장은 “항만공사의 GTO, 터미널 확보 및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도 정부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터미널 운영사들의 선석 및 부지 임대료에 국한돼 있는 항만공사의 매출을 해외 협력사업 다변화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평택대 이동현 교수도 우리나라 항만공사가 공공기관법과 항만공사법에 따른 규제로 성장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항만공사는 지난해 현대상선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때 매물로 나왔던 부산신항의 현대부산신항만(HPNT)을 인수하려 했지만, 기재부의 반대로 싱가포르 GTO인 PSA가 이를 인수했다. 이 교수는 “항만공사가 자치기구인 만큼 자체적인 법적 권한을 갖추도록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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