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이언스(전략적제휴그룹)의 항로재편으로 부산항의 환적 물동량 이탈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정기선사들의 채산성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선사들은 얼라이언스로 합종연횡을 꾀했다. CMA CGM과 코스코, 에버그린, OOCL은 오션얼라이언스로, 하파그로이드, NYK, MOL, 케이라인, 양밍은 디얼라이언스로 출항에 나선다. 최근 현대상선이 머스크와 MSC의 2M얼라이언스에 합류하면서 얼라이언스에 마지막으로 승선했다. 선사들이 대대적인 얼라이언스 재편에 나서면서 환적허브를 꿈꾸는 부산항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께 출범하는 오션, 디 얼라이언스의 항로는 기존 G6 O3 CKYHE가 기항했던 항로 수 대비 일부 줄어든다. 아시아-북미서안 항로는 기존 8개 노선에서 7개 노선으로, 북미동안행도 기존 7개 노선에서 6개 노선으로 각각 1개씩 줄인다. 아시아-북유럽 항로도 기존 3개 노선에서 2개 노선으로 감소했다. 북미와 북유럽항로는 부산항 환적물동량의 43.5%를 처리하는 핵심 항로다.
특히 북미 항로의 경우 부산항을 기항하는 항로 수는 감소했지만, 다롄, 칭다오, 톈진 등 북중국 3대 항만으로 직기항하는 서비스는 증가했다. 북중국 3대 항만은 대(對)중국 환적 물동량의 66.4%를 차지한다. 얼라이언스들이 북중국 항만으로 직기항 노선을 늘리면서 부산항은 얼라이언스 유치가 어렵게 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얼라이언스 재편으로 북미항로에서 27만TEU(2개 노선), 북유럽항로에서 8만TEU(1개 노선)씩 각각 이탈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G6 O3 CKYHE 얼라이언스가 부산항에서 처리하는 아시아-북미행 환적 물동량은 항로당 13만6000TEU, 아시아-북유럽행 환적 물동량은 항로당 8만TEU를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얼라이언스 재편에 따른 피해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얼라이언스의 항로 재편에 따른 선박의 대형화와 투입 선박 대수 등이 변수로 남아있다. 또 2M얼라이언스는 한진해운 사태 이후 부산항에서 서비스와 선대를 늘리고 있어, 오션, 디 얼라이언스의 물동량 감소분을 상쇄할 가능성도 있다.
해운업계와 항만 터미널 운영사들은 부산항 환적 물동량이 선사들의 항로합리화와 얼라이언스 재편 등으로 약 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KMI는 “한진해운 사태로 인해 감소되는 환적물동량과는 별도로 예상되는 추가 감소치”라며 “부산항 환적물동량 유치 및 유지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분석했다.
선사들이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면서 얼라이언스 선사 간 협력적 환적 운송이 증가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 얼라이언스 선사 간 환적 비중은 지난해 25.3%대비 26.9%로 소폭 늘어난 반면, 개별 선사의 자체 환적 운송은 29.8%에서 26.8%로 감소했다. 또 기존 얼라이언스는 최대 2~3년의 협약이었지만, 오션얼라이언스의 경우 약 10년간 유지된다. 얼라이언스들이 환적거점으로서 부산항을 배제하면, 장기적으로 환적물동량 회복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얼라이언스 재편에 부산항은 전략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우선 선대교체(Phase in&out) 물동량 등 전략적 환적화물을 유치해야 한다. 지난해 물동량이 급감한 싱가포르는 선대교체에 따른 물동량을 공략해 환적화물을 유치한 바 있다.
전략적 인센티브도 함께 마련해 항만과 터미널이 비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환적 화물을 유치하는 터미널 운영사가 인센티브를 받아야 실질 가격 협상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컨테이너야적장(CY) 운영이 지속될 수 있도록 부두 외곽에 보조 CY도 추가 확보해야 한다.
환적 인센티브제도도 개편이 시급하다. 그간 이어져 온 환적화물 인센티브제도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고 있으나, 부산항 환적화물 유치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부산항을 환적거점으로 활용하는 선사와 아닌 선사로 구분해 환적 인센티브의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
국적 근해선사의 항로 확대를 적극 지원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올해 국적 근해 선사의 부산항 환적물동량은 약 200만TEU(21%)를 기록해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KMI는 부산항을 모항으로 하는 근해선사가 중국 일본 아세안 지역 등의 환적 물량을 더 유치할 수 있도록 신규항로 개설 및 확대에 적극 지원할 것을 주문했다.
장기적으로는 터미널 간 환적화물 운송(ITT)효율화 및 신항 운영 일원화로 환적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정부와 항만공사, 터미널 운영사가 ITT 효율화에 나서면 환적허브로서의 잠재가치는 배가 될 수도 있다. 또 신항으로 컨테이너 물류체계를 일원화하고 부두 운영사를 통합해 부산항의 환적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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