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항로는 러시아 루블화 폭락에 경기침체까지 2년 넘게 이어지면서 2016년에도 극심한 ‘물동량 보릿고개’를 겪었다.
기존에 주당 5천TEU 가량을 처리해왔던 한러항로는 러시아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자 연초부터 소석률(선복대비화물적재율)의 반도 못 채우는 상황이 지속됐다. 그동안 요지부동이던 운임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선사들은 빈 배를 채우기 위해 출혈경쟁을 불사하며 화물을 끌어모았지만 러시아에 이어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도 통화가치가 폭락하면서 구매력이 하락해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중국 춘절 연휴 이후 물동량 감소가 있었지만 워낙 수출물량이 줄어있던 탓에 그 감소폭은 크지 않았다. 물동량이 늘어나는 시기인 3~4월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4월 한국-극동러시아 물동량은 주당 2700TEU선에 머물렀다. 시기상 완연한 비수기인 1~2월 보다 3~4월 체감 시황은 오히려 더욱 악화됐다.
루블화 가치하락으로 인한 러시아의 구매력 급감으로 수출물량은 2013년 말 이후 크게 줄었고, 현지 바이어의 미수금도 지속적으로 불거지면서 수출의 발목을 잡았다. 업계에 따르면 수출물량이 급감하면서 화물이 하역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블라디보스토크 피셔리 터미널로 쏠렸다.
침체가 장기화되자 선사들은 서비스 개편을 통해 선복 줄이기에 나섰다. 5월 현대상선과 러시아 페스코, 프랑스 CMA CGM은 중국·한국-러시아를 잇는 컨테이너 서비스를 개시했다. 그동안 현대상선과 페스코는 부산과 러시아 보스토치니를 잇는 2개의 노선(KRS, KR2)을 운영해왔으나, 서비스 지역을 남중국과 화중지역까지 확대 개편했다.
한러항로는 6월, 성수기에 진입해도 별다른 물동량 증가를 보이지 않았다. 한국-극동러시아 물동량은 주당 2700TEU 수준에 머물렀다. 물동량 하락과 함께 운임도 대폭 하락했다. 1년 전 한러항로 운임은 선사소유 컨테이너(COC) 기준 한국-블라디보스토크는 TEU당 725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100달러, 한국-보스토치니는 TEU당 600달러, FEU당 1000달러 수준에서 반 토막으로 하락했다.
8월 시기상 성수기에 진입한 한러항로는 여름 휴가철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지만 여전히 성수기 효과를 찾아볼 수 없었다. 9월과 10월에도 물동량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2015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더 떨어진 수준이다. 한국발 물동량은 저조한 반면 러시아발 수출물량은 꾸준히 늘었다. 특히 화학제품 선적이 늘어나면서 수입항로에서 배를 채웠다.
저조한 한러항로는 11월에도 물동량에 큰 변화는 없었지만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화물들이 나오면서 시황침체에도 불구하고 물량 밀어내기 효과를 소폭 보였다. 하지만 12월 초까지 이어진 물동량 증가는 중순 이후부터는 하락세를 보이며 비수기에 접어들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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