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3 09:31

한중항로/ 마이너스운임 역사적 퇴출 ‘운임공표제 효과’

물동량 성장 힘입어 운임인상 도전
올 한 해 한중항로에선 마이너스(-) 운임 퇴출이 가장 눈에 띈다. 한중항로 수출운임은 운임공표제 도입 전까지 마이너스 수십달러 수준까지 떨어져 있던 상태였다. 선사들은 해상운임은 0달러를 받으면서 터미널할증료(THC) 등의 부대운임을 깎아주는 방식으로 마이너스운임을 화주에게 제공했다.

해양수산부는 운임공표제를 4월1일자로 시행하면서 마이너스와 0달러 운임을 원천적으로 불허했다. 아울러 조치명령을 위반할 경우 최고 1000만원까지 벌금을 부과하고 이어 영업정지, 등록취소 등의 제재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선사들에게 전달했다. 결국 한중항로에서 마이너스운임은 오롯이 사라졌다.

마이너스가 시장에서 퇴출됐다고 하지만 운임시황은 여전히 바닥권이다. 부산발 중국행 운임은 현재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달러 수준. 기존 마이너스운임에 비하면 50~100달러 안팎으로 회복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일부 대형화주들은 운임공표제를 와해시키기 위한 전략을 펴 빈축을 샀다. 이른바 한 선사에 물량을 몰아주거나 운임률이 높은 국적선사에서 중국선사로 수송선을 바꾸는 전략이다. 물동량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선사들이 생기면 자연스레 운임도 떨어질 거란 생각이었다. 운임공표제가 압박을 받자 선주협회는 자체적으로 공표운임 실태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발표하는 등 제도 안착에 나섰다.

수출과 달리 수입항로 운임은 썩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상하이항운거래소에 따르면 2016년 12월9일 현재 상하이발 부산행 운임은 98달러를 기록했다. 2015년 초만 하더라도 200달러를 호가하던 수입 운임은 시나브로 하락해 올해 8월 100달러선이 무너지며 선사들을 어렵게 했다.

한진해운 사태도 이 항로의 이슈 중 하나다. 한진해운의 이탈과 근해선사들의 대체노선 개설은 경쟁 심화로 이어졌다. 고려해운과 흥아해운 장금상선은 한진해운이 빠진 톈진과 다롄에 대체선을 투입했다.

물동량은 상승세를 탔다. 수출물동량과 수입물동량의 쌍끌이 성장은 선사들에게 힘을 보탰다. 황해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1~10월 한중항로 물동량은 231만4200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9% 성장했다. 1분기 소폭의 하락세(-0.6%)로 시작한 한중항로는 2분기 4%의 플러스로 돌아선 뒤 3분기엔 8%의 성장률을 과시했다.

4분기 첫 달인 10월엔 13.8%의 두 자릿수 성장을 일궜다. 수출 물동량도 1분기 -7.4%의 부진을 보였다가 2분기 2.5%로 플러스 전환한 데 이어 3분기엔 7.9%로 성장률을 확대한 뒤 10월 한 달 간 16.6%의 고성장을 신고했다.

물동량 성장을 원군으로 선사들은 1년여 만에 운임인상에 도전했다. 이 항로 취항선사단체인 황해정기선사협의회는 12월1일부로 한국과 북중국 5개항 간 해상항로 운임을 인상했다. 인상 폭은 20피트 컨테이너(TEU) 당 50달러. 기존 1달러 운임에서 탈피해 최소한의 수익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게 선사들의 구상이다. 선사들은 장기계약운임에 대해선 내년 1월1일부로 GRI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선사 관계자는 “운임 인상폭이 크지 않은 까닭에 화주들의 반발도 심하지 않다”며 “최근 운임 수준이 손익분기점을 크게 밑도는 점을 고려해 수익 제고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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