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동남아항로에서는 비정상적인 해상운임을 끌어올리기 위한 선사들의 고군분투가 계속됐다. 저운임 악재와 선복과잉은 취항선사들의 수익 개선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선사들은 선복이 워낙 많은 탓에 올 한해 운임을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취항선사들은 동남아항로에서 릴레이 운임인상(GRI)을 단행했다. 1월부터 6월까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총 400달러 인상이라는 칼을 뽑아 들었다. GRI 성공에 대한 선사들의 의지는 강했지만 운임 적용은 수포로 돌아갔다. 선사들의 치열한 화물집하 경쟁이 GRI 성공에 찬물을 끼얹었다.
상반기 GRI를 성공적으로 이뤄내지 못한 선사들은 하반기에 반등을 노렸다. 선사들은 10월 베트남 호찌민·하이퐁, 태국 방콕 수출항로를 대상으로 TEU당 110~120달러를, 11월에는 인도네시아(자카르타 수라바야)에서 운임 담금질에 나섰다. 운임을 끌어올리기 위한 선사들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10월 말 비정상적인 운임을 회복하는데 성공한 선사들은 11월에도 운임 인상분을 대부분 화주에게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들은 내년에도 물량이 증가하는 3월을 정조준해 운임 정상화에 사활을 걸겠다는 각오다. 특히 선사들은 수익 개선을 위해 수출뿐만 아니라 수입운임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수입화물 해상운임이 말도 안 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올해 하반기에 이어 내년 상반기에도 GRI를 성공적으로 실시해 시황 반등을 노리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파나마운하 확장개통과 한진해운 법정관리, 운임공표제 시행은 이 항로에 큰 영향을 미쳤다. 파나마운하 확장 개통은 선복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선사들의 ‘치킨게임’을 가열시키는 요인 중 하나였다.
선사 관계자는 “원양에서 전환 배치되는 선박을 어찌 대응할 수가 있겠느냐. 선복감축이나 선박 해체(스크랩)가 한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괜히 남좋은 일 시켜가면서 이런 결정을 내리는 선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여파는 동남아항로에서도 감지됐다.
이 항로를 주력으로 하는 선사들은 한진해운이 빠진 틈을 타 서비스를 잇따라 개설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한진해운의 공백을 메우고자 서비스 노선 개편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인 선사는 현대상선이었다. 현대상선은 올해 9월 말부터 고려해운, 흥아해운, 장금상선과 선박을 투입, 동남아 노선을 강화했다.
올해도 동남아시아에서는 수출항로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동남아정기선사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동남아시아로 실어 나른 11월 컨테이너 화물은 12만4013TEU로 전년 10만3880TEU 대비 19.3% 증가했다. 수입항로 역시 11.7% 증가한 10만2641TEU를 기록했다.
동남아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의 고민은 내년에도 깊어질 전망이다. 선복과잉이 여전히 선사들의 목을 옥죄고 있는 가운데 GRI 성공 가능성이 내년 선사들의 사업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선사 관계자는 “동남아항로는 물량은 꾸준히 증가하는 노선”이라면서도 “플레이어들이 꾸준히 서비스 강화를 진행하고 있어 운임을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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